[사설]신도를 노예로 삼은 사교

  • 입력 1996년 12월 12일 19시 57분


그것은 종교의 모습이 아니었다. 탈출신도들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종교집단 아가동산은 종교의 이름으로 임금착취와 살인을 자행한 반인권(反人權) 사교(邪敎)집단이다. 이같은 사이비 종교가 발을 붙이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다. 이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종교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 것인지,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사건이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사이비종교가 쉽게 파고들 수 있는 정신적 공백이 있고 누구에겐가 의지가 필요한 마음여린 계층이 있다. 농경사회가 해체되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회는 이질화(異質化)되어 그로부터의 소외를 느끼는 계층이 늘고 있다. 교육수준과 소득이 낮고 일상생활이 힘든 계층에 지상천국과 영생(永生) 등을 강조하는 사교의 교리는 위안이자 매력일 수밖에 없다. 종교에 대한 믿음이 건전한 양식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맹신(盲信)으로 치닫는 것이나 현세에서의 복을 기원하는 기복(祈福)종교가 만연하는 현상은 어쩌면 기성종교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사이비종교의 확산을 막을 일차적 책임은 기성종교에 있다. 게다가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종교의 생성과 교단의 운영 등 종교문제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으며 어느 종교를 믿든, 그로 인해 어떤 피해를 보든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질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강제노역과 임금착취, 폭행, 살해 등은 엄연한 범죄행위로 법에 따른 처벌이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사교집단의 범죄적인 내부실상이 피해신도들에 의해 어렵게 고발되는 경우마저 사실조사는 물론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없었다는데 문제가 있다. 영생교에서는 많은 신도가 폭행, 살해되었다는 폭로와 고발이 있었고 그를 뒷받침하듯 영생교 집단거주지역에서 유골이 발견되고 있지만 교주는 사기죄만으로 처벌되는데 그치고 있다. 이번 아가동산의 경우도 지난 88년부터 피해자들이 여러차례 고발과 진정을 했지만 번번이 진상조사 없이 유야무야로 끝났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탈자를 막기 위해 신도를 철저하게 감시하는 사교집단에서 신도가 내부비밀을 폭로한다는 것은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면 내부고발이 있는 즉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종교를 빙자해 폭행과 살해, 임금착취와 치부를 일삼는 혹세무민의 사교가 자꾸 생겨나는 병든 토양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종교문제에 법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 영생교에 이은 아가동산 사건은 우리사회에 많은 고민과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믿기 어려운 종교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저지르는 범죄마저 법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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