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어려운 이웃에 사랑을

  • 입력 1996년 11월 27일 20시 14분


지난 월요일 아침이었다. 친정과 불과 5분 거리에 살림을 낸 나는 그 날도 6개월된 딸을 안고 친정어머니와 할머니를 뵈러 나섰다. 일주일에 적어도 네번은 친정에 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친구들에게 언제나 자랑거리다. 여느 때처럼 『나 왔수』하며 현관문을 들어섰더니 어머니와 할머니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맞으셨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라고 묻는 내게 『아무 일도 아녀. 텔레비전 보다가 그런겨. 그나저나 어쯔꺼나 다슬이…』 라며 뒷말을 못이으신다. 평소에도 눈물이 많으신 분이지만 어떤 내용이기에 그러시나 궁금해 TV를 함께 주시했다. 케이블TV 기독교방송의 「예수사랑 여기에」라는 생방송이었다. 다슬이가 두살로 아직 말도 채 못하던 지난 94년 소아혈액암에 걸렸다. 투병생활 3년동안 다슬이네는 전세금을 빼 치료비에 썼지만 다슬이는 올해 초 다시 재발했다. 앞으로 치료기간 3년, 치료비만 3천여만원이 필요하다. 이제 집도 없이 길거리에 나앉을 형편이라 치료비를 마련하기란 아득하다는 내용이었다. 어느새 내 코끝도 찡해 왔다. 내가 엄마가 된 지 이제 6개월. 아기가 울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어른도 견디기 힘든 병마와 싸우고 있는 다슬이와 집도 없이 간병하고 있는 그 부모의 모습을 차마 마른 눈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산가족 찾기와 함께 울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성덕바우만군이 국민 모두의 사랑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어찌 이런 일이 한 두 사람의 일이랴. 우리 주변에는 어렵고 힘든 삶을 사는 이웃들이 많다. 케이블TV 30개 채널에서 사랑의 손길을 일주일에 한번씩만 편다면 1년이면 1천5백명 이상의 어려운 이웃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일간신문들도 40면이 넘는 지면중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그런 일에 할애하면 안될까. 다음주 월요일은 울지만 말고 전화를 해야겠다. 보험을 하나 줄여서라도 사랑을 나눌 어려운 이웃을 찾아보리라. 은율이 엄마(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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