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과소비 해도 너무한다

  • 입력 1996년 11월 24일 01시 41분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후 우리나라 수입시장이 활짝 열렸다. 담배 주류 화장품 의류 모피 운동기구 가구 자동차 등 각종 외국산 소비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주부클럽연합회가 지난달 서울에 살고 있는 9백80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2명중 1명이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수입 외제화장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외국산 소비재는 보통 수입가격의 2∼4배, 최고는 10배나 비싸게 소비자들에게 팔리고 있다. 청바지의 경우 홍콩산 닉스는 수입가격이 2만6백원인데 판매가격은 9만7천원이고 미국산 게스는 1만9천2백원에 수입해서 14만5천원에 파는 식이다. 이렇게 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데도 외국산 소비재는 고급일수록, 비쌀수록 인기가 있어 더 많이 팔린다고 한다. ▼올 들어 9월말까지 외국산 소비재의 수입실적을 보면 불요불급한 사치성 소비물품의 수입증가율이 전체 수입증가율의 3배에 달했다. 요즘 음식점에서 인기있는 냉동수산물은 33%의 수입증가율을 보였는데 랍스터라는 바닷가재 1억달러어치를 포함, 4억4천4백만달러어치가 수입됐다. 알래스카산 랍스터 요리는 1인분에 18만원짜리까지 잘 팔린다니 도대체 그 입은 누구입인가. 만연된 과소비풍조 탓인지 한 세트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일제 골프채도 낯설지 않다. ▼중형승용차 1대를 수출해 벌어들이는 외화가 5백달러다. 랍스터 수입대금 1억달러를 벌기 위해서는 중형승용차 20만대를 수출해야 한다. 올 한햇동안의 경상수지적자가 사상 최대인 2백억달러에 이르고 총외채규모가 1천억달러를 넘어선 현실에서 사치가 너무 지나치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 국산품애용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근검 절약 저축하는 건전한 생활기풍을 진작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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