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부터 경쟁력 갖춰야

  • 입력 1996년 11월 18일 21시 01분


정부가 「경쟁력 10% 이상 높이기」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추진방안은 그동안 기업들이 요구해 온 법정의무고용제의 완화, 대기업의 상업 현금차관 허용, 각종 규제완화 등을 상당부분 수용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활력회복에 일단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상당한 역기능과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우리경제의 최우선 과제임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정책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회생에는 경제주체 모두의 고통분담을 위한 비상한 각오와 실천적 노력이 요구된다. 이 점에 있어서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에서 가장 국제경쟁력이 뒤떨어진 분야가 정부부문이라는 저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개선요구는 겉돌기 일쑤였다. 높은 임금과 금리 땅값 등 요소비용과 엄청난 물류비가 국가경쟁력을 잠식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책의 난맥과 철학의 빈곤, 방만하고도 비효율적인 행정조직, 지나친 규제와 간섭, 나눠먹기식 낙하산 인사, 관료편의주의적 행정 등의 각종 폐해가 도사리고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정부부문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실천과제로 고작 대형공사의 턴키방식 발주를 통한 예산집행의 효율성, 정부조직 인력의 감량관리를 위한 단순기능인력과 현업관련 인력의 연차별 감축을 제시한 것은 아직도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부터 「작으나 효율성 있는 정부」를 다시 목표로 해야 한다. 작은 정부를 만든다고 통폐합한 재정경제원 등 거대 부처가 잉여인력과 조직을 그대로 갖고 있다면 통폐합은 하나마나다. 과감한 정부부처 및 산하 투자기관의 군살빼기 작업없이 경쟁력 향상은 불가능하다. 별도의 보직없이 떠도는 공무원이 1천명을 넘고 그로 인한 예산낭비가 1천억원에 이른다는 것은 「작은 정부」의 의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공기업(公企業)을 공기업(空企業)으로 만드는 낙하산 인사도 지양해야 한다. 예산편성과 집행에 낭비요소가 없는지 부문별로 냉철하게 따져보고 나라 살림이 전체적으로 느슨하지 않은지 재점검해야 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경제규제는 속히 철폐해야 한다. 불필요한 각종 경제규제는 시장의 실패와 비능률을 부를 뿐이다. 시민편의를 도외시한 행정규제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도 직접 연관돼 있다. 21세기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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