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감 임명제 옳지 않다

  • 입력 1996년 11월 15일 20시 35분


정부와 신한국당이 98년부터 교육감을 시도지사가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한 것은 매우 당돌하다는 느낌이다. 야당들은 교육자치의 근본정신을 말살하려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있고 교육계는 갑작스런 정부 여당의 방침변경에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정부 여당의 방침은 교육개혁위원회가 지난8월 발표한 3차개혁안에서 「교육감은 후보등록절차를 거쳐 교육위원회에서 선출토록 한다」는 것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를 없애겠다는 이번 정부 여당의 방침은 국회는 물론 교육계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논쟁의 초점은 시도지사에 의한 교육감 임명이 과연 교육자치의 이념에 맞느냐에 있다. 후보등록없이 교육위원들이 아무 이름이나 써내는 현행 교황선출방식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 방식은 참다운 교육자를 뽑으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물밑선거운동을 조장, 서울과 전북 교육감선거에서 금품수수비리를 빚었다. 소수 교육위원들에 의한 교황선출방식으로는 웬만한 재력가(財力家)가 아니면 당선이 어렵고 존경받는 교육자의 당선가능성은 희박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아예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것은 교육자치의 이념을 훼손하는 발상이다. 특히 정당소속인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 지방의회의 동의절차를 거칠 경우 교육감이 정치적 영향을 받아 독립성을 잃을 우려가 적지 않다. 이 임명 동의방식은 교육감이 시도지사와 일체감을 갖게 해 교육재정의 확보 등에 유리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더욱 중요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 교육분야에 시도지사의 영향력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교육계가 본격적으로 시도지사 선거에 휘말릴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시도지사의 교육감 임명제도 도입은 옳지 않다. 본란이 이미 주장한 바와 같이 정식 후보등록과 소견발표 등 검증절차를 거쳐 교육감을 경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이 좋다고 본다. 다만 누가 교육감을 선출할 것인가의 문제는 시간을 두고 교육계 등의 여론을 수렴,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교육위원회에서 선출하는 방식 또는 지방의회나 교사 및 학부모 대표에 의한 간접선거, 교사전원에 의한 직접선거 등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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