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첫 여성 산악경찰 임희재씨

  • 입력 1996년 11월 12일 20시 05분


「朴賢眞기자」 남자들도 힘든 산행을 매일 10㎞씩 거뜬히 하는 여자. 산이 좋아 평생 산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은 여자. 국내 첫 여성 산악경찰인 임희재씨(30)다. 국내의 다른 산악경찰과는 달리 한라산 산악경찰은 인신구속권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항상 수갑과 가스총을 갖고 다닌다. 노루사냥꾼 희귀목토벌꾼 등 한라산을 파괴하는 자들이 그녀의 주요 추적대상이다. 조직내 막내라서 아직은 선배들의 활약상을 지켜볼 뿐이지만 곧 스스로 해내야 한다. 『체포하려고 하면 심하게 반항하기 때문에 겁이 나는게 사실이에요. 잘 해낼지 모르겠어요』 고교때부터 그녀는 혼자서 산을 탔다. 산이 더 가까워진 것은 선거때 국회의원 출마자 사무실에 취직, 힘껏 도왔던 후보가 낙선한 뒤. 밀려드는 허탈감과 좌절감에 무작정 산을 찾았다. 그때의 산은 아무 생각없이 오르던 그 산이 아니었다. 어머니같기도 했고 따뜻한 남자의 품같기도 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산에 올랐다. 지난 89년 제주산악회에 들었다. 지옥같은 훈련을 겪었다. 지난 93년 여성산악대의 일원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 국내에선 처음이었다. 당시는 아쉽게도 중도에 좌절해야 했지만 지난 5월 드디어 매킨리봉 등정에 성공했다. 그러자 제주도 신구범지사와의 저녁자리가 마련됐고 그때 지사의 추천으로 지난 8월 한라산 청원경찰로 채용된 것. 그녀는 요즘 더없이 행복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산의 자태에 묻혀 시간 흐르는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산은 늘 변함없이 대해주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네요』 그래서 아직 미혼이다. 한라산같은 넓은 마음, 설악산같은 패기, 지리산같은 인내를 가진 남자를 아직은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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