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강좌]연세대「대중문화연구」…수강생들 각종행사 준비

입력 1996-10-27 21:35수정 2009-09-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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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光杓기자」 학생들이 스스로 각종 행사를 기획, 자칭 「난장판」을 벌이는 강좌가 있다. 연세대의 인기강좌인 「대중문화연구」. 이 강좌의 하이라이트는 11월9일 연세대 교내 곳곳에서 펼쳐질 「96 백양로 난장」이다. 학생들이 팀을 만들어 공연 등을 직접 꾸미는 행사로 「여성과 록」공연, 「문화카페 지도그리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들어있다. 이 「난장판」은 「대중문화연구」강의를 맡고 있는 조혜정교수(사회학과)가 2학기 개강전인 여름방학때부터 기획했으며 수강생들은 지난 두달간 준비작업을 해왔다. 한총련 사태 이후 위축된 학내 분위기를 일신하고 흥겨운 놀이로 맺힌 갈등을 풀어내겠다는 것이 이번 행사의 의도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한 마당을 펼치고 나아가 대중문화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 특히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이윤진씨(교육학과 석사과정) 등 대학원생 4명이 준비하는 「여성과 록」.여성과 록은 둘다 제도권의 주류에서 밀려나 소외돼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부여받은 여성이미지를 탈출, 여성 록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홍익대앞의 한 카페에서 록을 연주하는 그룹 「옐로 키친」,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 회원인 여학생들, 언더그라운드 록 연주자 황보령씨, 여성 2인조 미스 미스터 등이 공연에 참여한다. 학생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여성 뮤지션들이 어떻게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수용자들과 만나는지, 전달하려는 이미지와 메시지는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찾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록음악에 대해 이들은 『주류의 밖에 있지만 젊은이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음악, 상업주의에 영합하지 않는 음악』이라고 파악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순수하게 학생들만의 역량으로 공연을 준비하려 했지만 「돈」 부족으로 외부 스폰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여성뮤지션들의 일부가 거액의 출연료를 요구해 당황하기도 했다. 즉 자본의 논리를 극복하고자 대학 밖의 세계에 뛰어들었으나 곧바로 부닥친 것이 거대한 자본의 벽이었다. 이번 기획은 그 성공 여부를 떠나 학생들에게 세상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셈이다. 『돈의 지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비로소 알았다』는 이씨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가 끝나도 수강생들끼리 대중소비사회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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