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장 비공개 안된다

  • 입력 1996년 10월 23일 20시 58분


법무부가 체포 구속 압수수색 영장(令狀) 등 각종 영장을 비공개로 하도록 추진하 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법무부의 발상이 현실화될 경우 무엇보다도 먼저 언 론의 취재활동이 크게 위축돼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 문이다. 그런 점에서 각종 영장을 비공개로 처리하도록 하는 「법원 공무원의 비밀유지 의 무」 조항을 형사소송규칙에 신설할 것을 대법원에 요구한 법무부의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각종 영장의 청구 및 발부과정이 공개됨으로써 수사 대상자의 인격권침해 증거인멸 범인도주 등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지만 왜 갑자기 그런 주장을 하게 됐 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 내년부터 영장 실질심사제가 도입되면 영장발부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비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 이는 5공 때까지 악 용해온 「비밀영장」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로 보이기 쉽다. 현행 형법에도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에 피의사실공표죄가 있다. 그러나 이 조 항은 현재 거의 사문화(死文化)되다시피 돼 있다. 많은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의 인권 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할 공익성이 더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데 이제 법원 공무원의 비밀유지 의무 조항을 형사소송규칙에 신설해 영장을 비밀리 에 처리하겠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逆行)하는 것이다. 수사는 공정해야 한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사진전상황을 수시로 언론 을 통해 공개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공정치 못하고 편파적인 수사가 과거 비밀수사 밀실(密室)수사를 통해 이뤄진 것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또 자 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재판이 공개돼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봐서도 영장의 비밀처리는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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