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태 못벗는 국정감사

  • 입력 1996년 10월 15일 09시 43분


새로운 국회상을 다짐하고 출범한 15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도 이제 막바지로 접어 들어 닷새를 남겨두고 있다. 북한 무장간첩 강릉침투사건이라는 안보변수가 국감분 위기를 지배하면서 다소 관심도는 떨어진 점이 없지않으나 여야는 일단 「성공적」 이라고 자체평가들을 하고 있다. 실제 사전여론조사 현장답사 물증제시 등을 통해 발로 뛰며 실증적으로 접근하려 는 노력과 여야 구별없는 대(對)정부비판, 그리고 무분별한 폭로주의를 가급적 자제 하면서 대안(代案)도 함께 제시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국정 의 많은 문제점과 난맥상이 거침없이 부각되면서 해결방안들이 다투어 제시되고 있 는 것은 민생문제해결을 위해서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런 부분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국감 평점은 아직 기대수준에 한참 못미친다. 다소 나아졌다고는 해도 곳곳에 고질적인 구태(舊態)들이 되살아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어발식 과다 증인채택과 좌충우돌식 질의, 고압적 자세와 민원성 발언, 로비의혹을 풍기는 치고 빠지기와 관행화한 음주국감, 뻥튀기식 폭로 와 반말 저질발언 등은 옛날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심지어 남의 질의서를 그대로 베껴낸 커닝 의원까지 있었다니 한심하다. 피감기관 또한 예의 그 모면식 답변과 하급자가 써주는 대로 읽는 관행이나 여당 의 보호막을 기대하는 자세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 한차례 매맞고 넘어가는 연 례행사 정도로 국감에 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회의 행정부 견제 감시기능 가운 데 대표적인 국정감사가 해마다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국회나 행정부나 부실했 던 지난 보름간의 국감행태를 되돌아보면서 남은 닷새나마 생산적인 국감이 되도록 분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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