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으면 넘어간다”… ‘어뢰 배트’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3일 03시 00분


MIT 출신 물리학자가 개발… 손잡이쪽으로 몸통 15cm 내려
양키스 주전 타자 5명이 사용… 개막 4경기서 홈런 18개 ‘히트’
다른 팀 선수들도 속속 동참
“스윙때 팔꿈치 부상유발” 지적도

뉴욕 양키스의 앤서니 볼피가 지난달 30일 밀워키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안방경기에서 어뢰 배트를 들고 스윙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앤서니 볼피가 지난달 30일 밀워키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안방경기에서 어뢰 배트를 들고 스윙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왜 아무도 이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통산 429홈런의 강타자 장칼로 스탠턴(36·뉴욕 양키스)은 시즌 초반 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어뢰(torpedo) 배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25시즌 개막과 함께 급부상한 어뢰 배트는 어뢰를 닮아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일반 배트와 가장 큰 차이는 방망이에서 가장 두꺼운 몸통 부분을 의미하는 ‘배럴’이 손잡이 쪽으로 6인치(약 15cm)가량 내려와 있다는 점이다. 스윙 시보다 많은 힘이 가해지는 손잡이 쪽으로 스위트 스폿의 위치를 조정한 것. 방망이 끝보다 몸통이 더 두꺼워 얼핏 볼링 핀을 연상시킨다. 타자로선 무게중심이 손에 가까워진 만큼 방망이가 가볍게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어뢰 배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 박사 출신인 에런 린하트 마이애미 필드 코디네이터의 연구로 세상에 나왔다. 2007∼2014년 미시간대 물리학 교수로 재직했던 린하트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양키스에서 타격 분석가 등으로 일하며 이 배트를 개발했다. 유격수 유망주 앤서니 볼피(24)의 스윙을 분석하다가 배트의 손잡이 쪽 라벨 근처에 공이 자주 맞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어뢰 배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팀은 양키스다. 볼피 외에도 외야수 코디 벨린저(30), 내야수 폴 골드슈밋(38), 재즈 치좀 주니어(27), 포수 오스틴 웰스(26) 등 주전 타자 5명이 어뢰 배트를 사용하고 있다. 양키스는 개막 4경기에서 홈런 18개를 쏘아 올리며 2006년 디트로이트(개막 4경기 16홈런)를 넘어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30일 밀워키전에서는 1회말 1∼3번 타자 골드슈밋, 벨린저, 에런 저지(33)가 연달아 초구에 홈런을 치는 등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한 경기 9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스탠턴이 어뢰 배트를 가지고 포스트시즌 14경기 동안 총 7홈런을 쳤다. ‘브롱크스 폭격기(Bronx Bombers)’라는 별명을 가진 양키스가 ‘어뢰’까지 장착해 훨씬 강해진 모양새다.

통계로도 효과가 드러난다. MLB 공식 통계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2일 현재 볼피의 올 시즌 배럴타구 비율은 22.2%로 지난해 3.9%에서 급증했다. 평균 타구속도(88.6마일·시속 약 143km)가 빨라졌고, 평균 발사각도(17.3도)도 높아졌다.

지역 라이벌인 뉴욕 메츠의 프란시스코 린도어(32), 시카고 컵스의 댄스비 스완슨(31), 신시내티의 엘리 데 라 크루스(23) 등도 어뢰 배트 행렬에 동참했다. 탬파베이 김하성(30) 역시 어뢰 배트 사용에 긍정적인 의사를 나타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머지않아 어뢰 배트가 30개 전 구단 클럽하우스에 돌아다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어뢰 배트가 무조건 효과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양키스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 저지는 여전히 일반 배트를 쓰면서 팀 홈런 선두(4개)를 달리고 있다.

어뢰 배트 효과가 플라시보 현상에 가깝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무게중심이 손잡이 쪽으로 내려오면서 스윙 시 팔꿈치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져 결국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프로야구에는 시즌 중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시즌을 앞두고 공인 배트 신청을 받고, 샘플을 제출하도록 한다. 현재 규정상 제출된 샘플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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