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21번’ 무명의 반란… 막판 스퍼트서 1초 먼저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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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국제 남자부 우승 메코넨
결승선 200m 앞두고 2명과 경쟁… 6번째 국제대회서 첫 우승 감격
“주1회 ‘42.195+3km’ 지옥훈련… 38km 지나도 힘 충분해 자신감”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남자 선수 등번호는 10을 잘 넘지 않는다. 개인 최고 기록이 빠를수록 앞번호를 쓰기 때문이다. 20번이 넘는 등번호를 다는 선수가 우승하는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그래서 등번호 21번의 선수가 막판까지 선두 다툼을 벌였다면 이미 성공적으로 레이스를 치렀다고 할 수 있다.

등번호 21번으로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에 출전한 제말 이메르 메코넨(28·에티오피아)은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메코넨은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동문 앞으로 골인하는 42.195km를 2시간6분8초에 주파하면서 이 대회 국제 부문 남자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2시간6분8초는 지난해 뉴욕마라톤(2시간11분31초) 때보다 5분23초를 단축한 개인 공인 최고 기록이다.

17일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국제 부문 남자 1위를 차지한 제말 이메르 메코넨(에티오피아)이 결승선에 가장 
먼저 도착한 뒤 주먹을 내지르며 기뻐하고 있다. 메코넨은 결승선을 200m 남기고 케냐 선수 2명과 막판 스퍼트 경쟁을 벌인 끝에
 국제대회 풀코스 첫 우승을 맛봤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7일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국제 부문 남자 1위를 차지한 제말 이메르 메코넨(에티오피아)이 결승선에 가장 먼저 도착한 뒤 주먹을 내지르며 기뻐하고 있다. 메코넨은 결승선을 200m 남기고 케냐 선수 2명과 막판 스퍼트 경쟁을 벌인 끝에 국제대회 풀코스 첫 우승을 맛봤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메코넨은 이날 12번 에드윈 키프로프 킵투(31), 17번 론자스 로키탐 킬리모(28·이상 케냐) 등 4명과 함께 공동 1위(1시간59분19초)로 40km 지점을 통과했다. 결승선을 500m 남겨 놓았을 때까지도 선두 그룹 5명이 어깨를 촘촘히 맞대고 달렸다. 결승선 200m 앞에서 메코넨이 치고 나오자 킵투와 킬리모 역시 속도를 끌어올렸다. 세 선수는 단거리 경주처럼 각축전을 벌이며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메코넨은 결국 킬리모보다는 1초, 킵투보다는 2초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우승 상금 8만 달러(약 1억656만 원)를 차지했다. 2020년부터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메코넨은 여섯 번째 국제대회 무대였던 이번 서울마라톤에서 풀코스 첫 우승 기록을 남겼다. 메코넨이 올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서울마라톤에서는 3년 연속으로 에티오피아 선수가 정상에 섰다.

메코넨은 “지난해 뉴욕마라톤 때도 후반 언덕 코스 전까지는 2시간4분대 페이스를 유지했었다. 코스가 평탄한 서울마라톤에서는 더 좋은 기록을 낼 자신이 있었다”면서 “막판 스퍼트 때는 켈빈 킵툼(1999∼2024·케냐)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그와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라 누구보다 존경했고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킵툼은 지난해 10월 시카고마라톤에서 세계기록(2시간0분35초)을 세운 뒤 4개월 만인 올해 2월 교통사고로 25세에 목숨을 잃은 선수다.

시즌 첫 풀코스 도전을 마친 메코넨은 “지난겨울 일주일에 한 번꼴로 (풀코스보다도 3km 이상 긴) 46km를 달리며 체력을 키웠다.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고 자부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슬플 것 같았다”라면서 “마라톤 선수는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 30km 지점 이후에는 자신이 우승권인지 아닌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이번에는 38km 지점을 지나면서 다른 선수들보다 힘이 충분히 더 남아있다고 느껴 자신감을 가졌다. 훈련을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계속해 “개인 기록도 더 단축하고 당장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올림픽 금메달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마라톤#국제 남자부#우승#메코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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