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악몽 턴 LG 김현수 “첫 타석부터 느낌 좋아 자신있게 쳤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11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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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1~3차전서 부진…4차전서 2안타 3타점 폭발

LG 트윈스 베테랑 타자 김현수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4차전에서 부활했다.

LG는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벌어진 2023 신한은행 쏠 KBO KS 4차전에서 KT 위즈를 15-4로 완파했다.

1차전에서 2-3으로 석패했던 LG는 2~4차전을 내리 이기면서 1994년 이후 29년 만에 KS 우승에 1승만을 남겼다. 1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지는 5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면 우승의 감격을 누리게 된다.

이날 LG 타선은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KT 마운드를 맹폭했다.

LG 타선 대폭발의 도화선이 된 것이 김현수의 투런포였다.

김현수는 0-0으로 맞선 1회초 1사 1루 상황에 맞은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엄상백의 2구째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5-0으로 앞선 7회에도 김현수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7회초 1사 2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LG 빅이닝의 시작이었다. 이후 LG는 오지환이 우월 3점포를 치는 등 5명의 타자가 연속 안타를 때려내 대거 6점을 더 보탰다.

앞서 1~3차전에서 13타수 2안타, 타율 0.154로 부진에 시달렸던 김현수는 이날 맹타로 반등했다.

김현수에게 가을은 영욕의 계절이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PS) 통산 타율은 0.263으로, 정규시즌 통산 타율 0.314에 비하면 평범하다.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기도, ‘미친 선수’가 되기도 했다.

두산 베어스에서 뛴 프로 생활 초반 가을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특히 200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의 KS에서는 5경기 타율이 0.048에 그쳤다. 당시 KS 3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 9회 1사 만루 상황에 병살타로 물러났다.

5차전에서 SK의 우승이 확정되는 병살타를 친 후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물을 떨구는 김현수의 모습은 야구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2009년 준플레이오프(준PO) 4경기에서 타율 0.538(13타수 7안타)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2010년 가을에는 또다시 악몽을 꿨다. 준PO 5경기에서 타율 0.118(17타수 2안타), 플레이오프(PO) 5경기에서 타율 0.111(9타수 1안타)에 그쳤다.

김현수는 두산에서 뛴 마지막 해인 2015년 KS에서 가을 징크스를 털어낸 모습을 보였다. 5경기에서 타율 0.421(19타수 8안타), 4타점을 올리면서 우승에 기여했다.

2015시즌을 마친 뒤 프리에이전트(FA)가 된 김현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2018년 KBO리그에 복귀하며 LG와 4년 총액 115억원에 계약했다.

LG 유니폼을 입은 이후 김현수는 또다시 가을에 좀처럼 웃지 못했다.

2019년과 2020년 준PO에서 각각 타율 0.176(17타수 3안타), 타율 0.250(8타수 2안타)에 머물렀다. LG도 준PO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1년 준PO에서도 타율 0.143(14타수 2안타)에 머문 가운데 LG가 친정팀 두산에 1승 2패로 밀려 탈락, 씁쓸한 가을을 보냈다.

지난해 PO에서는 타율 0.412(17타수 7안타)로 고군분투했으나 팀의 탈락을 막지는 못해 또 아픔으로 남았다.

김현수는 올해 KS에서도 3차전까지 아쉬운 모습을 노출하며 가을 악몽을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4차전에서 맹타를 선보이며 비로소 크게 웃었다. LG 이적 이후 첫 우승 반지도 눈앞에 뒀다.

경기 후 김현수는 “2, 3차전에서 선수들이 잘한 덕에 묻어갈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늘 첫 타석부터 느낌이 좋고, 긴장도 되지 않았다”며 “티를 내지 않으려 하면서도 느낌이 좋아 자신있게 스윙했다”고 전했다.

‘가을야구 때 좋지 않았다’는 말에 김현수는 “어릴 때는 과감하게 치지를 못했다. 연차가 많이 쌓인 지금은 흥분하지 않고 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현수는 “이천 훈련 때부터 어깨를 닫는 것보다 스윙을 잘 돌릴 수 있는 연습을 했다. 허리가 아픈 이후 세게 쳐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세게 치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이번 KS 들어 LG는 ‘홈런의 팀’이 됐다. KS 4경기를 치르면서 홈런을 8방이나 몰아쳤다.

김현수는 “1차전에서 패배한 후 2차전을 치르면서 홈런이 하나 터져 분위기를 갖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차전에서 오지환이 치면서 홈런이 터져나왔다”며 “아무래도 하나가 나오니 선수들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KS에서 3승 1패로 앞선 팀이 우승한 확률은 94.1%에 달한다. 17번 중 16번 3승 1패로 앞선 팀이 우승했다.

3승 1패로 앞섰다가 우승하지 못한 사례가 딱 한 번 있었는데 2013년 두산이었다. 당시 김현수도 아픔을 겪었다.

김현수는 “2013년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팀원들에게 하던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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