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물 건넌 야구 인생… 통산 타점 1위 문턱에 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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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최형우, ‘타점 신기록’ 눈앞
프로 방출 → 상무 불합격 → 경찰청
외야수 전향 후 도약, 신인상 차지
단 1타점 추가하면 새 역사 주인공

프로야구 KIA 4번 타자 최형우(39)는 대기만성의 상징 같은 선수다. 전주고를 졸업하고 2002년 포수로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이후 4년간 대타와 대수비로 1군 경기에 6번 나와 7타수 2안타(타율 0.286)를 기록한 뒤 2005시즌을 마지막으로 방출됐다. 최형우는 방출 후 “이런 말을 하면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반드시 돌아온다”고 ‘싸이월드’에 글을 남겼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했지만 불합격 통보를 받아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그때 마침 경찰청 야구단이 창단하면서 최형우는 가까스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당시 경찰청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용철 감독은 그에게 외야수 전향을 권했고 이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최형우는 2007년 퓨처스리그(2군)에서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1위(7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손을 내민 삼성과 계약하면서 자신의 다짐을 현실로 만들었다.

최형우는 2008년 4월 1일 LG와의 경기에서 정재복을 상대로 2점 홈런을 터뜨리며 1군 첫 타점을 올렸다. 2002년부터 따지면 입단 6년 만에 기록한 첫 타점이었다. 그는 그해 타율 0.271, 19홈런, 71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고령(만 25세) 신인상 수상자가 최형우였다.

최형우는 2016시즌이 끝난 뒤에는 4년 총액 100억 원에 KIA로 이적하며 해외 진출 경험이 없는 선수로는 처음으로 ‘100억 원의 사나이’가 됐다. 그리고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이 된 올해도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19일 현재 타율 0.308, 8홈런, 37타점으로 타율은 팀 내 1위, 홈런과 타점은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9홈런, 42타점)에 이은 2위를 기록 중이다.


최형우는 17일 NC와의 안방경기에서 7회 적시타를 때려내며 개인 통산 1498타점을 수확했다. 이승엽(두산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프로야구 통산 최다 타점과 타이기록이다. 이제 1타점만 추가하면 최형우가 이 기록의 새 주인공이 된다. 최형우의 대기록은 20일부터 대전에서 열리는 한화와의 3연전에서 달성될 가능성이 크다.

타점의 ‘영양가’도 높다. 최형우는 현재까지 개인 통산 178개의 결승타를 기록 중이다. 2008년 이후 프로야구에서 결승타를 가장 많이 때린 선수가 최형우다. 같은 기간 2위 LG 김현수(165개), 3위 SSG 최정(148개) 등을 크게 앞선다.

최형우는 통산 홈런은 5위(364개)지만 2루타 부문에서는 이미 신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올해 4월 23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개인 통산 465번째 2루타를 기록하며 이승엽(464개)을 넘어섰다. 19일 현재 최형우의 통산 2루타는 476개로 늘었다.

최형우는 시즌 개막 전 “사실상 20대 중반이 넘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만약 통산 타점 1위에 오르면 내가 그동안 차지했던 그 어떤 타이틀보다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20년 말 47억 원에 KIA와 3년 재계약한 그에게는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다. 지금 추세라면 내년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그의 기록 행진도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통산 타점 1위#파란만장 최형우#타점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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