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흥행 이끄는 박 터지는 2위 싸움[김배중 기자의 볼보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0일 0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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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시즌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골(43)을 넣으며 9위에 그친 서울은 이번시즌 29골로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넣는 팀이 됐다. 2위 경쟁에서도 다득점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 사진은 28일 강원전 1-0 승리 이후 결승골을 넣었던 윌리안(앞)이 관중 앞에서 승리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제공
“울산, 전북 두 팀은 우승을 향해 가는 팀이다.”

프로축구 K리그1 개막(2월 25일)을 5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남기일 제주 감독은 “4강에 들 만한 팀을 꼽아 달라”는 사회자 질문에 울산, 전북 두 팀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안익수 서울 감독도 “두 팀이 선두에 있는 부분은 명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지난 시즌 17년 만에 K리그1에서 우승한 울산과 2년 전까지 리그 5연패를 달성했던 전북이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고 2023시즌 K리그1의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다.

시즌 개막 후 울산은 6연승을 달리는 등 2연패를 향한 순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은 5연패를 했던 위용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전북답지 못한’ 경기를 거듭한 끝에 김상식 전북 감독이 자진사퇴를 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선두다툼은 예상과 달리 싱거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K리그1은 “재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0경기가 치러진 30일 현재 경기장을 찾은 평균 관중은 1만323명으로 승강제 도입(2013년) 이후 첫 ‘평균관중 1만 명’이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리그 초반 대전, 광주 등 승격 팀의 약진이 리그 흥행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치열한 2위 경쟁이 바통을 이어받은 모양새다. 전북, 울산 두 팀의 선두 경쟁이 벌어졌던 상황에서 지난 시즌 3위였던 포항은 전북이 비운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전북, 울산이 우승경쟁을 할 거다”라고 감독들이 입을 모았던 서울, 제주가 마치 립서비스였다는 듯 나란히 2위권 경쟁에 가담했다. 현재 승점 27로 같은 서울, 제주, 포항 세 팀은 다득점 순에 따라 2~4위에 자리하고 있다.

제주는 최근 7경기에서 6승 1무를 거두며 2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10일 인천전 당시 전반 17분 선제골을 넣은 안현범(가운데)이 기뻐하는 모습. 이날 제주는 인천에 2-0으로 승리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세 팀 각자의 개성은 또렷하다. 서울은 안익수 감독 특유의 빌드업 축구에 더해 이번 시즌 공격까지 불을 뿜으며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시즌 리그 12개 팀 가운데 두 번째로 적은 골(43)을 넣은 서울은 이번 시즌 29골로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넣는 팀이 됐다. K리그2 득점왕 출신 나상호(27)가 리그 최다 공격포인트(10개)로 서울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반대로 주민규(33) 등 주득점원의 이탈로 지난해보다 살짝 창끝이 무뎌진 제주는 전북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점으로 핸디캡을 극복하고 있다. 포항은 아예 울산(1) 다음으로 적은 패(2)를 기록하는 등 매 경기 승점 1 이라도 챙기는 ‘실속축구’를 하고 있다.

지난 3시즌 동안 2차례 울산, 전북에 이어 3위에 올랐던 포항은 전북이 이탈한 자리를 메우는 한편 2013시즌 이후 10년 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13일 대전전에서 그랜트(오른쪽)가 골을 넣고 기뻐하는 모습. 이날 포항은 대전에 3-2로 승리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 경기에 여차하면 순위가 2계단이나 바뀔지 모를 상황에 감독들은 속이 탄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치열한 순위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을 “죽을 맛”이라고 표현했고, 독서광인 안익수 서울 감독도 “읽던 책의 페이지를 빨리 못 넘기고 있다”고 에둘러 속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고통의 상황이 승부사들에게 자극제도 된다. 김기동 감독은 “감독이 되고 3위도 하고 4위도 했다. 그래서 ‘2위가 목표’라 하는 것도 이상하다. 우승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남기일 제주 감독도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균형이 잘 잡혔을 때 ‘삼족정립(三足鼎立)’이라는 표현을 쓴다. 우승을 노리는 2위권 3팀의 치열한 경쟁이 40주년을 맞은 K리그 흥행을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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