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비웠더니 길이 보여… 숙적 2명 ‘도장 깨기’ 후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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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여자단식 국내 최강자, 야마구치-천위페이에 번번이 무릎
하루도 안빠지던 훈련 1주일 쉬며 패배한 동영상서 체력안배 깨달아
올해 차례로 제압하며 자신감 회복

안세영이 10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라켓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2023년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천적이던 천위페이(중국),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차례로 격파한 안세영은 “9월 열리는 중국 항저우 아시아경기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안세영이 10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라켓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2023년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천적이던 천위페이(중국),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차례로 격파한 안세영은 “9월 열리는 중국 항저우 아시아경기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국 여자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21·삼성생명·세계 랭킹 2위)은 처음 라켓을 잡은 광주 풍암초교 1학년 때부터 ‘신동’, ‘천재’ 같은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광주체육중 3학년이었던 2017년에는 한국 배드민턴 역대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광주체육고 2학년이던 2019년에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신인상도 탔다.

그러나 주요 대회 때마다 야마구치 아카네(26·일본·1위), 천위페이(25·중국·4위)에게 막히면서 고개를 떨구는 일이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7∼11일 시즌 마지막 대회로 열린 BWF 투어 파이널스 조별리그에서도 두 선수에게 모두 0-2로 완패하자 선수 생활 시작 후 처음으로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했다.

10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안세영은 “지난해는 참 무의미하고 지루한 한 해였다”며 얼굴을 찡그린 뒤 “특히 마지막 대회가 끝난 뒤에는 이렇게 배드민턴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심지어 배드민턴 자체가 하기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발목 부상에 시달릴 때조차 단 하루도 라켓을 놓지 않아 “너무 열심히 하는 게 탈”이라는 이야기를 듣던 안세영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주일 넘게 라켓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동안 열심히 채우려고만 애썼으니 반대로 비워 보기로 한 것이다. 안세영은 대신 스마트폰 화면에 빠져들었다.

안세영은 “그전에는 내가 패한 경기 영상은 찾아보지 않았다. 자책이 심한 성격이다 보니 동영상을 보면 자신감을 잃어버릴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무서워서 피했던 것”이라며 “막상 동영상을 보고 나니 다음 경기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더라. 그러면서 배드민턴 자체를 다시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음가짐이 바뀌자 결과도 달라졌다. 안세영은 올해 첫 대회였던 말레이시아 오픈 준결승에서 천위페이를 2-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 대회 결승에서 야마구치에게 1-2로 역전패했지만 바로 다음 대회였던 인도 오픈 결승에서 2-1 역전승으로 설욕하며 시즌 첫 우승을 기록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마스터스에서도 정상에 섰다.

안세영은 “그동안 두 선수에게 패했던 이유가 체력 문제라고 판단했다. 내가 가진 체력을 효율적으로 분배해 사용하는 법을 깨닫게 되면서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며 “두 선수를 만나면 ‘도장 깨기’ 하듯 경기를 뛰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찜찜함’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세 선수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에서 다시 ‘외나무 대결’을 벌일 확률이 높다. 안세영은 “BWF 슈퍼 300, 500, 750, 1000시리즈를 한 단계씩 밟으며 우승을 이뤄냈다. 이제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경기, 올림픽 세 계단만 남았다. 이 또한 차근차근 한 단계씩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어느 선수가 언제, 얼마나 잘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특정 선수를 상대하는 전술을 연구하기보다 기술, 근력, 체력 세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훈련하고 있다”면서 “항상 걱정되고 부담도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걱정만 하고 살 수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가 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진천=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한국 여자 배드민턴#안세영#국내 최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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