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 끝 값진 우승…‘당구 여제’ 김가영이 흘린 눈물의 두 가지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5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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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당구(LPBA) 2022~2023시즌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린 4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고양. 이날 7세트 접전 끝에 우승을 확정한 ‘당구 여제’ 김가영(40·하나카드)은 트로피를 받아든 순간 눈물을 흘렸다. 당구를 시작한 이후 다섯 차례 품에 안은 프로 우승 트로피였지만 이날만큼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여자프로당구(LPBA) 김가영이 4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예은을 세트 스코어 4-3으로 꺾으며 우승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LPBA 제공
이날 우승으로 김가영은 LPBA 역대 최다 우승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김가영은 지난해 10월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이미래(27·TS샴푸·푸라닭), 임정숙(37·크라운해태)과 최다 우승 공동 선두(4회)에 올라 있었다. 그 전까지 748일간 무관에 그치며 LPBA 최다 준우승(3회) 기록만 세웠던 김가영은 최다 우승 1위가 됐다.

3시간이 넘는 혈투 속에서 얻어낸 값진 우승이었다. 이날 김가영은 결승 상대인 김예은(24)을 4-3(11-8, 5-11, 11-9, 4-11, 11-7, 7-11, 9-5)으로 꺾었다. 김가영이 한 세트를 따내면 김예은이 다시 한 세트를 따라붙는 양상으로 경기가 펼쳐졌다. 특히 세트 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에서는 김예은에 4연속 득점을 내주며 한 때 역전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3-7로 뒤진 7이닝 8연속 득점을 쏟아내며 승부를 뒤집는 뚝심을 보여줬다.

김가영은 “(결승전의) 모든 상황이 어려웠다. 상대 선수가 한 세트씩 쫓아오면서 압박을 해오니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다”면서도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집중하려 했다. (5세트에서) 마침 그 상황이 왔고, 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승부는 마지막 7세트에 이르러서야 결판이 났다. 7이닝까지 5-4로 근소하게 앞서있던 김가영은 8, 9이닝 동안 1득점에 그친 김예은의 부진을 틈타 2득점을 내며 점수차를 벌렸고, 7-5 리드 상황에서 맞은 10이닝 공격에서 마저 2득점을 채워내 우승을 일궜다.

여자프로당구(LPBA) 김가영이 4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최근 별세한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 위해 하얀색 머리핀과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LPBA 제공
이날 김가영이 눈물을 흘린 건 어렵게 얻어낸 최다 우승 타이틀 때문만은 아니었다. 김가영은 대회 초반 조모상 소식을 전해들었다. 하지만 대회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김가영은 경기마다 소속 팀의 상징 색인 녹색 대신 검은색 유니폼을 입었고, 머리에는 하얀색 머리핀을 꽂아 조의를 표했다.

김가영은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하려고 이번주 내내 노력을 많이 했다. 그 일을 계기로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그동안 잘해왔던 걸 오히려 더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자프로당구(LPBA) 김가영이 4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김예은을 꺾고 역대 최다 우승(5회) 기록을 세운 뒤 우승 트로피 앞에서 눈물을 닦는 모습. LPBA 제공
묻어뒀던 감정은 결승전 승부가 끝난 뒤에야 터져나왔다. 우승 확정 후 눈물을 흘린 김가영은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내가 할머니께 해드린 게 별로 없었다”며 “그동안 여러번 우승하면서도 할머니께 트로피를 가져다드린 적이 없다. 오늘 우승 트로피는 할머니 영전에 선물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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