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벤자민, 피안타율 1할대 구종만 4개…이강철 감독 “화려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6일 1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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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습도 저의 100%는 아닙니다.”

프로야구 KT 외국인 투수 벤자민(29)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구위가 기대했던 것보다 좋다. 시간이 갈수록 잘해주고 있다”는 이강철 KT 감독의 창찬에 대한 대답이었다. 벤자민은 “미국에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해봤는데 팀이 ‘가을야구’에 간다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요즘 한국어 공부에 열심인데 ‘가보자’는 말이 참 좋더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벤자민은 지난해 KT를 통합 우승으로 이끈 쿠에바스의 부상 장기화로 대체 영입된 투수다. KT는 벤자민 영입 전까지 외국인 선발 한 자리를 비워둔 채 데스파이네, 고영표, 소형준, 엄상백, 배제성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채워왔지만 리그 순위가 7위까지 내려앉는 등 성적 부진에 시달렸다.

벤자민은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6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벤자민의 평균자책점은 6월 3.86, 7월 3.04, 8월 2.45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처음 벤자민을 데려올 때는 ‘선발 로테이션만 잘 지켜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팀 선발 중에 가장 안정적이다. 투구 템포도 빨라서 수비수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벤자민의 호투와 함께 KT는 25일 현재 2위 LG를 승차 4경기로 좇는 3위까지 올라섰다.

왼손 투수인 벤자민은 한국에 온 뒤 KBO리그 구단별 타선에 대해 꾸준히 공부해왔다. 벤자민은 “각 선수의 스타일이나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면서 “한국은 공인구가 달라서 처음에는 제구에 애를 먹었다. 그러다 백도어 슬라이더(반대손 타자 스트라이크 존 바깥 쪽 코너에 걸치고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던지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잘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벤자민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82가 전부다.

다양한 구종을 안정적으로 구사할 줄 안다는 것도 강점이다. 벤자민은 한국에서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880개의 공을 6개 구종으로 나눠 던졌다. 이중 피안타율이 1할대인 구종은 슬라이더를 포함해 속구(0.157), 커브(0.188), 투심(0.143) 등 4개다. 여기에 체인지업과 커터도 던질 줄 안다. 이 감독은 다양한 구종을 익숙하게 던지는 벤자민의 모습에 “화려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덕분에 KT는 최근 성적이 부진했던 선발 투수 배제성을 불펜으로 활용하는 여유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벤자민이 제 역할을 해주면서 선발진이 안정을 찾았다. (엄)상백이가 전 구단 상대로 성적이 좋아 5선발을 맡을 것”이라면서도 “(배)제성이 공이 다시 안정되면 선발 운용 방식을 다시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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