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이로는 마흔. 운동선수로 언제 기량이 처져도 이상하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두 시즌 동안은 팔꿈치 수술로 실전 경험도 없다. 하지만 마운드로 돌아온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처럼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휴스턴의 선발투수 저스틴 벌랜더(39)가 올 시즌 가장 먼저 10승 투수가 됐다. 벌랜더는 30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방문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2안타 6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벌랜더의 역투를 앞세운 휴스턴은 메츠를 2-0으로 꺾었고 벌랜더도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15경기 등판 만에 거둔 10승(3패 평균자책점 2.03)이다.
이날 벌랜더는 투구는 압도적이었다. 1회 선두타자 브랜든 니모(29)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하고 2사 3루에서 피트 알론소(28)에게 볼넷을 내준 게 이날 벌랜더가 겪은 가장 큰 위기였다. 벌랜더가 8회까지 공 101개를 던지고 내려간 뒤 9회초 휴스턴의 포수 제이슨 카스트로(35)가 2사 1루에서 극적인 홈런을 치며 벌랜더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시즌 타율이 아직 1할도 안 되는 카스트로(시즌 타율 0.095)는 이날 3회초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데 이어 결승 홈런까지 치며 자신과 호흡을 맞춘 벌랜더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벌랜더는 이날 승리를 포함해 6월 등판한 6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하며 토니 곤솔린(27·LA 다저스), 알렉 마노아(24·토론토), 제임슨 타이욘(31·뉴욕 양키스·이상 9승) 등 올해 부쩍 좋아진 기량으로 다승왕 도전장을 던진 뉴 페이스들을 제쳤다.
2020년 7월 1경기에 등판한 이후 부상으로 이탈한 뒤 2달 뒤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된 당시만 해도 상상도 못한 모습이다. 나이가 있어 회복이 더뎠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수술 이후 처음 공을 던지고 두 팔을 번쩍 들어 만세를 하는 모습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2년 만인 올해 다시 마운드에 돌아온 벌랜더는 세월이 무색하게 왕년의 모습을 재현해내고 있다. MLB 통계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벌랜더의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4.8마일(시속 152.6km)로 풀타임을 소화했던 2019시즌의 94.6마일(시속 152.2km)보다 빠르다.
벌랜더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5년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고 MLB에 데뷔하고 시즌 두 자리 수 승리만 12차례 기록했다. 2011년 24승, 2019년 21승을 거두며 그해 각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도 2번 받았다. 현역 최다 승리(236승), 삼진(3103) 등 투수 주요 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재기가 힘들 거라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랜 공백 끝에 돌아온 벌랜더는 개인 통산 3번째 사이영 상에도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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