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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섬의 고쳐 잡은 방망이에도 볕이 들기 시작했다[김배중 기자의 핫코너]

입력 2022-04-19 16:07업데이트 2022-04-1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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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섬의 타격이후 모습. 왼쪽은 2스트라이크 이전, 오른쪽은 2스트라이크 이후 타격 모습이다. 16일 삼성전에서 2-1로 근소하게 앞선 5회 1사 만루에 타석에 선 한유섬은 2스트라이크 1볼 상황에서 오른 손날에 방망이 손잡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질 정도로 방망이를 짧게 잡은 뒤, 정확한 타격으로 싹쓸이 3루타를 쳤다. 동아일보 DB·SSG 제공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방망이를 조금 짧게 잡아요.”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는 SSG의 캡틴 한유섬(33·외야수)이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투고타저가 심해진 상황 속에서 이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18일 현재 타점 21개(리그 1위)를 비롯해 타율 0.404(리그 3위), 안타 21개(2위), 2루타 7개(1위) 등 타격 주요 부문 곳곳의 상위에 한유섬의 이름이 있다.

잘 나가는 이유에 대해 “진짜 뭐 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치던 한유섬은 “요즘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니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면서 좋은 플레이를 하는 거 같다. 타점을 내야 하는 상황이 컨디션이 안 좋을 때라면 부담스럽겠지만 요즘은 ‘내가 저거(타점) 먹어야 돼’라는 생각을 갖고 즐기는 마음으로 타석에 서고 생각대로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대로만 된다면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야 한다. 한유섬에게 단순히 ‘플루크(뜻하지 않은 행운)’ 같지 않은 것 같다고 하자 방망이 얘기가 나왔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는 예전처럼 방망이를 길게 잡는데,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조금 짧게 잡아요. 방망이에 공을 맞히기 위해서예요. 이진영 타격코치님이 ‘삼진을 당하면 곧장 더그아웃으로 가야 하지만 일단 공을 맞혀서 그라운드로 보내면 행운의 안타가 되거나 상대 수비 실책으로 출루할 수 있다’고 조언을 해줬는데, 그 말이 공감되더라고요. ‘컨택’을 위해서 올해 처음 2스트라이크 이후에 방망이를 짧게 잡기 시작했어요. 나이도 적지 않다보니 생존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습니다. 하하.”

한유섬의 설명대로 올 시즌 타석에서 한유섬은 2스트라이크가 되기 전까지 오른 손날과 방망이 손잡이(노브)가 꽉 닿을 정도로 방망이를 길게 잡고 치다 2스트라이크 상황이 되면 방망이 손잡이와 오른 손날 사이 손가락 한두 개가 들어갈 만큼의 공간을 만들어 방망이를 고쳐 잡는다. 한유섬같은 장타자보다 교타자들이 주로 쓰는 방식이다.

16일 삼성전에서 SSG가 2-1로 근소하게 앞선 5회 1사 만루에서 타석에 선 한유섬은 짧게 잡고 재미를 봤다. 2스트라이크 1볼 상황이 되자 방망이를 짧게 고쳐 잡은 한유섬은 삼성 선발 백정현과 끈질긴 승부를 벌이다 7번째 투심패스트볼(시속 136km)을 받아쳐 싹쓸이 3루타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키 190㎝에 몸무게 105kg로 건장한 한유섬이다보니 땅볼 타구는 1루 베이스를 지나 외야까지 힘 있게 굴러갔다.

2018시즌 41홈런을 기록하고 그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홈런으로 시리즈를 지배한 선수답게 홈런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다른 타격 지표가 ‘괴물모드’인 반면 한유섬의 올 시즌 홈런은 2개로 평범(?)하다. 한유섬은 “홈런이라는 게 한번 리듬을 타면 몰아서 나올 때가 잦은 거 같다. 그땐 좋은 타구를 띄우면 진짜 겉잡을 수 없이 멀리 날아간다. 곧 그 순간도 올 거라 생각하기에 지금 당장 홈런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약 2년 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나뭇가지에 볕이 든다’는 의미를 가진 지금 이름으로 개명한 한유섬은 지난해 31홈런으로 부진에서 탈출하고 올 시즌을 앞두고 5년 60억 원의 비 자유계약선수(FA) 장기계약을 맺으며 이름처럼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올 시즌에는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고도 시즌 초반 이를 아랑곳 않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팬들은 올해 ‘풀타임’ 그리고 ‘우승’ 두 가지를 목표로 삼은 한유섬의 방망이에 시즌 내내 볕이 들길 바라고 있다.

김배중 기자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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