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황선홍 “24년 전 한일전처럼 적지로 파고들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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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U-23 축구대표팀 감독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4월 1일은 축구 인생의 반전이 있던 날이다. 1년 4개월 동안의 긴 부상 터널을 뚫고 복귀한 1998년 4월 1일 일본과의 대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축구팬들의 염원을 풀어주고 본인도 교훈을 얻었다. 황 감독이 지난달 28일 대표팀 훈련지인 강릉 바닷가를 배경으로 24년 전 한일전 결승골 세리머니를 재현해 보이고 있다. 강릉=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4월 1일은 축구 인생의 반전이 있던 날이다. 1년 4개월 동안의 긴 부상 터널을 뚫고 복귀한 1998년 4월 1일 일본과의 대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축구팬들의 염원을 풀어주고 본인도 교훈을 얻었다. 황 감독이 지난달 28일 대표팀 훈련지인 강릉 바닷가를 배경으로 24년 전 한일전 결승골 세리머니를 재현해 보이고 있다. 강릉=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좋고 싫었던 많은 경험과 절실한 의지에 몸이 절로 반응을 한 거죠.”

24년 전 올해와 같은 호랑이의 해였던 1998년의 4월 1일 열린 일본과의 A매치 평가전(2-1 승)에서 한국 축구는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 손꼽아 복귀를 기다리던 최고의 골잡이 ‘황새’가 오랜 부상의 재활에서 벗어나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모습을 봤다. 또 그의 발에서 역대 한일전을 통틀어 가장 예술적인 결승골도 나왔다.

24년 전 4월 1일 열린 한일전에서 황선홍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위쪽 사진 왼쪽)이 큰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센스, 골을 넣겠다는 의지가 순간 어우러진 시저스 킥으로 결승골을 넣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결승골을 넣은 뒤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황 감독. 동아일보DB
24년 전 4월 1일 열린 한일전에서 황선홍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위쪽 사진 왼쪽)이 큰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센스, 골을 넣겠다는 의지가 순간 어우러진 시저스 킥으로 결승골을 넣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결승골을 넣은 뒤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황 감독. 동아일보DB
한국 축구 대표 스트라이커 레전드인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54)에게도 거짓말 같은 반전이 있던 날이다. 몸을 날려 찬 시저스킥이 골문으로 들어가는 궤적에서 골을 넣고자 하는 집요한 의지와 준비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달 28일 대표팀 훈련지인 강릉에서 만난 황 감독은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포문을 여는 폴란드전 결승골과 첫 대표팀 지도자 기회가 왔다고도 본다. 이제 대표팀을 이끈 지 6개월 정도 된 그는 방법은 다를 수 있겠지만 공격수 자리만이 아닌 모든 포지션에서 더 집요한 의지와 준비가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9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아시아 정상을 지키고 싶은 그가 대표팀의 성장을 원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과감한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합니다. 마음을 먹었으면 내 눈치 보지 말고 그라운드에서 실행해주면 좋겠어요.”

어떤 플레이를 할지 선택 직전까지의 과정은 전폭 지원하겠다는 그는 “선택은 선수 본인의 자유다. 내가 경험한 득점 등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과 선수들의 생각을 비교해 보고 정보를 주며 소통하고 있다”며 “확률은 선수가 찾아가는 것이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확률에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레전드 공격수인 그가 대표팀 공격에 들이는 애정은 각별하다. 기회 대비 득점이 늘어났으면 한다. 집요하게 상대 위험 지역에 달려들길 원한다. 쥐어짜는 듯한 의지로 만들어내는 골도 실력이라 말해주고 싶다. 그는 “A대표팀 공격수 황의조(보르도)가 측면으로 패스가 나간 상황인데 하프라인에서 고개를 숙이고 수비 4명이 있는 문전으로 뛰어 들어가는 영상을 선수들에게 보여줬다. 크로스가 수비를 맞고 굴절돼 의조 앞으로 떨어졌고 그것을 골로 넣었다. 탈진 상황에서도 의지가 결국 득점으로 이어졌다. 공격수들한테 상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평생 한으로 남을 뻔했던 월드컵의 불운과 비운은 이제 제자들을 위한 값진 ‘팁’ 정보로 요긴하게 쓰려 한다. 1994 미국 월드컵 볼리비아전에서 그는 수많은 득점 기회를 놓쳐 온갖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그 기억은 자산으로 바꿨다. 오히려 앞선 스페인전에서 결정적인 일대일 기회에서 골을 넣었더라면 볼리비아전의 비운은 없었을 것이라는 그다. 볼리비아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하석주에게 내준 힐패스가 골로 연결됐으면 비운의 스타는 안 됐을 것이라고도 웃는 그였다.

“미국 월드컵 전에는 매일 남산 팔각정에 뛰어 오를 정도로 준비를 많이 했어요. 세계적인 수비수들과 경합하면서 그들을 밀어내고 득점 기회를 만드는 ‘찬스 메이킹’을 했다는 자체가 뿌듯합니다. 그런 경험이 지금도 남은 저는 행운아죠. 하하.”

한풀이를 했던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득점 의지를 꺾으면 안 된다는 교훈도 재차 확인했다. “미국전에서 이을용이 차려던 페널티킥을 원래 제가 차려고 했어요. 폴란드전에서 득점도 해서 자신감이 있었는데 벤치에서 을용이가 차는 것으로 사인이 오더라고요. 제가 찼으면 월드컵에서 3∼4골은 넣었을 텐데….”

황 감독의 ‘찬스 메이킹’ 시즌2가 의미 있는 4월을 맞았다.

강릉=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황선홍#u-23 축구대표팀 감독#찬스 메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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