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각 구단 ‘상징’ 줄줄이 이적… FA시장 ‘情보다 실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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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범-박해민-손아섭-박병호 등 원소속팀 떠나 새로운 팀에 둥지
재정 안좋은 두산-키움 연례 행사… 이번엔 삼성-롯데-NC도 못잡아
소속감보다 금전-주전 ‘당근’ 챙겨… 에이전트제 비즈니스 접근도 한몫

왼쪽부터 나성범, 박해민
왼쪽부터 나성범, 박해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팬들을 놀라게 한 건 시장에 투입된 돈(989억 원)뿐만이 아니다. 원소속팀의 ‘상징’으로 여겨진 선수들의 연쇄 이탈이다.

NC를 대표하던 나성범(33)은 FA 역대 최고액 타이기록(150억 원)을 세우며 KIA로 둥지를 옮겼다. 삼성에서 10년 동안 몸담고 지난해 팀의 주장을 맡은 박해민(32)도 가전제품 라이벌 팀인 LG로 향했다. 롯데에서 주장 역할을 거친 것은 물론이고 15시즌 동안 2077안타(KBO 역대 9위·현역 1위)를 기록해 영구결번이 눈앞이라는 평가를 받던 손아섭(34)도 경남지역 라이벌 팀 NC로 향하며 영광을 포기했다. FA 시장이 문을 닫기 전 오랜 무명생활을 하다 키움에서 ‘국민거포’로 거듭난 박병호(36)는 디펜딩 챔피언 KT와 손을 잡았다.

왼쪽부터 손아섭, 박병호
왼쪽부터 손아섭, 박병호
2000년에 도입돼 23년째를 맞은 FA 시장에서 각 팀의 상징 선수들의 이동이 처음은 아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오른 두산은 이 기간 동안 주축들이 매년 팀을 떠났다. 몸값이 치솟아 여러 명이 FA가 될 때 현실적으로 다 잡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도 ‘S급’으로 평가받던 김재환(34), 박건우(32)가 동시에 FA가 됐다. 두산은 김재환을 총액 115억 원(4년)에 붙잡는 데 성공했지만 박건우는 놓쳤다. 박건우는 NC와 100억 원(6년)에 사인했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 없이 네이밍 스폰서로 구단 살림을 꾸려온 키움은 상징이라 할 만한 선수가 거의 없다. 강정호(35·은퇴), 김하성(27·샌디에이고) 등은 FA가 되기도 전에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으로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이적료를 챙겨다줬다.

최근 단골이 된 두 팀뿐 아니라 이번 FA 시장에서는 NC, 롯데, 삼성에서도 팀 상징들이 떠났다. FA 시장 개장 후 ‘NC맨’으로 분류된 나성범도 예상밖의 결정으로 충격을 안겼다.

구단들의 육성 기조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따른다. 최근 수년 동안 구단들은 육성을 외치며 베테랑들을 홀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적잖은 나이에 인생 기회를 얻은 선수들이 원 소속팀과의 ‘정(情)’보다 금전 같은 ‘실리’에 방점을 두기 시작했다. 지난해 FA로 팀을 옮긴 한 선수는 “지금 팀에서 협상 당시 ‘주전 보장’이라는 당근을 내밀었다. 이전 팀에서 애매하게 있다가 몇 년 안에 정리대상이 되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선수생활을 할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의 숨은 공신으로 베테랑을 꼽은 KT가 주장 황재균(35)을 잔류시킨 것을 비롯해 박병호까지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에이전트 제도의 정착으로 앞으로 정보다 ‘비즈니스’에 의한 결정이 잦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한 에이전트는 “선수는 오래 몸담아 온 팀이 눈에 들어오겠지만 여러 구단이 고객인 에이전트는 보다 이성적으로 판세를 분석한다. 여러 가치를 동등하게 두고 ‘윈윈’할 갖가지 방법들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야구#상징#이적#fa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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