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 고맙다” 은메달 후 서로 격려한 세 남자들

  • 뉴시스
  • 입력 2021년 9월 2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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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는 패배를 아쉬워하면서도 “수고했다. 고맙다”며 서로 격려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졌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메달을 딴 것에 서로 등을 두들겼다.

오랜 기간 못 본 가족을 만난다는 기대감은 어느새 얼굴에 가득 찼던 아쉬움을 걷어냈고, 미소를 번지게 했다.

백영복(44·장수군장애인체육회), 김영건(37), 김정길(35·이상 광주시청)은 2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도쿄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체 결승(스포츠등급TT4-5)에서 중국의 차오닝닝-궈싱위안-장옌 조에 매치스코어 0-2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영건-김정길 조가 차오닝닝-궈싱위안 조와의 1복식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김정길은 2단식에서 차오닝닝과 풀세트 접전을 펼쳤지만 2-3으로 패했다.

김영건은 “복식에서 연결 플레이는 우리가 훨씬 좋았는데 사소한 실수들이 나와서 졌다”며 “정길이가 2단식에서 잘 해줬는데, ‘1복식을 이겼다면 정길이가 좀 더 편하게 경기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영건-김정길조가 차오닝닝-궈싱위안 조와의 복식 경기에서 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김정길은 “궈싱위안 선수가 왼손잡이인데 서브가 좋다. 평소 받아본 서브가 아니라 경기장에서 좀 당황했고, 몇 차례 실수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김정길은 “2016년 리우 대회 단체 준결승에서 중국을 이긴 것을 생각하며 자신감을 갖고 2단식 5세트에 나섰다. 초반에 실수가 잦아서 점수가 벌어졌고 따라가지 못했다”고 곱씹었다.

도쿄패럴림픽 마지막 경기에서 졌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대회를 무사히 끝낸 건 홀가분하다.

김영건은 “개인, 단체전 모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대회를 잘 치렀고 은메달 2개도 좋은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빨리 돌아가서 아내를 보고 싶다”고 했다.

김영건은 올해 1월 결혼한 새 신랑이지만 패럴림픽을 준비하느라 신혼 생활을 제대로 못 했다. 그러면서 “내년 항저우 아시안경기대회와 3년 후 파리패럴림픽에서는 중국을 넘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정길은 “2012런던(은), 2016리우(금) 대회 단체전에서만 입상해 이번 대회에선 개인전에서 성적을 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면서도 “단체전에서 졌지만 은메달을 따서 홀가분하다”고 했다.

김정길은 네 살배기 쌍둥이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쌍둥이라서 금이든 은이든 메달 두 개를 따서 줘야 한다. 그래야 유치원에 가서 자랑도 할 수 있다”며 “그런데 하나 밖에 못 따서 며칠 간 메달을 좀 빌려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 개인·단체에서 은메달을 두 개 딴 김영건이 빌려주겠다고 했다. 고민거리를 해결한 김정길은 “아빠, 빨리 집에 갈게. 공룡 보러 가자”고 외쳤다.

백영복은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동생들이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 집에 얼른 가서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먹고 싶다”고 전했다.

한국 장애인 여자 탁구 선수 문성혜의 남편 차오닝닝(34)은 경기 후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몸 상태가 좋았고 정신적으로 잘 무장해 승리한 것 같다”며 “2012년 런던 대회에선 우리가 한국을 이겼고, 2016년 리우 대회에선 한국에 졌다. 이번에 다시 한국을 이겼는데 두 팀 사이에 친밀함이 쌓이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아내와 2년 넘게 떨어져 훈련했다고 말했다.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일도 하면서 나를 지지해줬다. 아내는 두 팀 모두 응원했다. 나도 한국 선수들과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낸다“는 차오닝닝은 “이제 대회가 끝났으니 가족을 볼 수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도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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