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별종’ 김제덕, 재능에 초긍정 멘탈까지…세계가 놀랐다

도쿄=유재영 기자 입력 2021-07-25 22:40수정 2021-07-2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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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덕이 24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혼성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김제덕은 역대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도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재능과 멘탈을 겸비한 17세 ‘양궁 천재’의 등장에 세계가 놀랐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턱걸이해 인생 첫 올림픽에 나선 김제덕(17·경북일고)이 24일 도쿄 올림픽 양궁 혼성전에서 ‘별종’ 양궁 DNA로 금메달을 따내는 대형 사고를 쳤다.

심한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서도 우렁찬 기합으로 당당하게 사대에서 서서 10점을 쏘는 대담함과 나이답지 않은 넉살, 조용한 양궁장에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경기의 상황과 포인트를 에피소드와 섞어 듣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인터뷰 스킬에 보는 팬들이나 한국 양궁 관계자들도 발칵 뒤집어졌다.

역대 올림픽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양궁 선수들이 갖고 있는 스타일의 선입견을 김제덕이 완전히 바꿔 놓았다. ‘될 대로 돼라’는 식으로 과감하게 덤비고 기쁜 감정을 즉시 표현하는 스타일은 확실히 과거에 봐온 전형적인 양궁 선수들의 기질과는 다르다. 많은 취재진 앞에서도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좋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좋으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 없이 “메시”로 답하며 구체적인 이유까지 설명하고, 금메달을 따낸 후 기자회견에서 좋은 징조의 뱀 꿈을 꿨다고 먼저 화제를 던지는 여유에서 확실히 느껴진다.

김제덕을 아는 지도자들은 그가 양궁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확실한 방향을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양궁을 즐기면서 감정 컨트롤을 할 줄 안다고 얘기한다. 기술적인 부분 등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단순하게 과녁의 중심에 화살을 모은다는 통 큰 마음으로 양궁을 대한 것이 빠른 실력 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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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덕이 양궁을 시작한 건 예천초 3학년 때다. ‘그저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꽂힐 때의 쾌감이 좋아서’가 양궁을 시작한 이유다. 김제덕은 당시의 마음가짐을 지금도 항상 떠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양궁은 즐기면서 쏴야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고, “활로 쌓인 스트레스는 다시 활로 풀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세워 자연스럽게 양궁에 미치게 됐다.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라 주변 사람도 편하게 다가간다. 김제덕은 친구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레골라스 제덕’으로 불린다고 한다. 레골라스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인물이다. 최고의 궁수이면서 긍정적인 유머와 통쾌한 입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다. ‘대충 쏴도 텐텐’이라는 캐릭터까지 붙어 다녔다. 경북일고 양궁부 후배인 황정인은 “연습 때도 10점만 쏴서 언제든지 10점을 쏠 것 같은 믿음을 준다. 그냥 ‘10점 느낌 알잖아요’ 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는 형”이라고 말했다. 천재적 기질을 인정받은 것이 엿보인다.

자기 양궁에 대한 고집이 없기 때문에 쉽게 다가서고 받아들이는 것도 스펀지 같다. 혼성전에서 자신이 먼저 쏘고 바로 누나인 안산(20·광주여대)에게 열렬하게 조언하고 파이팅을 보내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모습은 낯설지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반응이다. 선배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배우겠다며 이제가 시작이라는 겸손한 모습도 김제덕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김제덕은 “과거에는 100%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양궁을 알아가면서 운에 맡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채울 공간을 만들어내겠다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도 보여줬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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