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밑에 ‘ㅎㅎ’ ‘위닝 가즈아’…개성 표현 수단된 ‘아이블랙’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3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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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노시환(왼쪽) 정은원.
한화 노시환(왼쪽) 정은원.
“팀 분위기 좀 띄우고 싶어서 그랬어요.”

20일 프로야구 한화의 노시환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안방경기에서 눈 밑에 아이블랙으로 ‘↑↑’ 무늬를 그리고 출전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한화는 전날 SSG전에서 4연속 타자 홈런을 맞는 등 5-7로 역전패했다. 당시 눈 밑에 우는 모습을 형상화한 ‘ㅠㅠ’ 무늬를 그리고 나왔던 정은원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이튿날 ‘ㅎㅎ’ 무늬를 그렸다. 뜻이 맞은 21세 동갑 트리오 조한민과 노시환이 ‘ㅋㅋ’, ‘↑↑’ 문양으로 호응했다.

기능성 스포츠 용품인 아이블랙은 야구선수들의 눈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분산하기 위해 눈 아래에 바르는 검은색 화장품이다. 일자 모양의 검은색 스티커인 아이패치도 있다. 최근 야구선수들은 이를 자신의 개성과 메시지 표현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종범 LG 코치의 아들이자 키움의 간판 타자인 이정후는 16일 NC전에 뒤집어진 ‘V’자 문양의 아이블랙을 그렸다. 그는 “하성이 형(김하성·샌디에이고)의 경기를 챙겨보다 형의 팀 동료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가 아이블랙 바른 모습을 보게 됐다”며 “나와 같은 야구인 2세라, 나도 그처럼 개성을 표현해보려고 따라서 발라봤다”고 전했다.

NC 내야수 박준영의 아이블랙은 팀 동료들의 장난으로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롯데전에서 투수 웨스 파슨스가 ‘ㅋ’자 문양을 그려준 데 이어, 이달 5일 한화전에서는 포수 김태군이 ‘ㄱ’자 모양을 그려줬다. 최근에는 스스로 바르고 있다. 아이블랙을 바르면 멋도 있고, 바른 날 팀이 더 많이 이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KT 황재균(왼쪽) 강백호
KT 황재균(왼쪽) 강백호
KT 내야수 황재균은 2년 전 아이패치에 성경 구절을 적기도 했다. 하얀색 마커로 오른쪽 눈 밑에 성경 창세기를 뜻하는 ‘GEN(Genesis)’를, 왼쪽 눈 밑에는 관련 구절인 ‘28:15’를 썼다.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라는 구절을 마음에 품기 위해서였다. 후배 강백호의 아이패치에 ‘위닝 가즈아(’가자‘를 익살스럽게 발음한 것)’, ‘즐거운 한가위’를 써주기도 했다.

아이패치를 애용하는 삼성의 선발 원태인은 아이패치 2겹을 한꺼번에 붙이곤 한다. 중학교 때부터 습관적으로 아이패치를 붙여왔는데, 경험상 하나보다 두 개를 붙였을 때 야구가 더 잘됐다는 설명. 원태인은 “포수 사인을 볼 때 아이패치 두 개를 붙이면 더 편하다”고 했다. 롯데의 손아섭과 KIA의 박찬호도 종종 아이패치를 2개 붙인다. 햇빛을 더 잘 가리기 위해서다.

‘세살 버릇 여든 가는’ 경우도 있다. LG 투수 이상영은 “고등학교 때 경기 대부분이 낮에 있어서 많이 붙였는데, 프로에 와서도 버릇처럼 구단에서 준비해 준 아이패치를 붙이고 나간다. 특별한 징크스는 없지만, 버릇처럼 붙이고 나가면 마음이 좀 편해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LG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신인 때는 종종 붙이곤 했는데, 요즘은 잘 안 붙인다. 낮 경기도 많지 않고, 매번 붙이려면 귀찮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이블랙과 아이패치 사이에 호불호도 있다. SSG의 외야수 최지훈은 최근 아이패치를 붙이는 대신 아이블랙을 바른다. 아이패치를 붙였다 떼는 과정에서 얼굴에 상처가 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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