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스프링캠프 유일한 신인 고명준 “‘신세계 왕조’ 이끌겠다” [김배중 기자의 핫코너]

김배중 기자 입력 2021-02-17 15:56수정 2021-02-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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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어요(웃음).”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1일부터 진행 중인 프로야구 SK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고졸신인 고명준(19)은 1군 주축들과 함께 훈련하는 기분을 다섯 글자로 간결하게 표현했다. 갓 프로에 발을 디딘 신인 앞에 프로무대를 주름잡던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팀을 대표하는 거포 3루수가 목표인 고명준은 한국을 대표하는 3루수로 자리매김한 최정(34)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고 있다.

“최정 선배의 타격할 때 모습은 부드럽고 수비할 때 모습은 까다로운 바운드를 별일 아니라는 듯 잡고 여유로워요. 그런 모습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쌓였던 피로도 금세 풀려요.”

SK에 지명된 신인 중 유일하게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고명준. 서귀포=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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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8순위(전체 18순위)로 SK에 지명된 고명준은 김건우(1차 지명), 조형우(이상 19·2차 1라운드 8순위) 등 앞서 지명된 동기들도 못 얻은 1군 스프링캠프 참가 기회를 얻었다. 지난시즌이 끝나고 진행된 마무리캠프에서 두각을 보여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은 게 컸다다. 류선규 SK 단장이 “신인이 1군 캠프에 합류했다 자칫 기가 죽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1군 캠프 합류를 말리기도 했지만 김원형 SK 신임 사령탑의 정중하고도 확고한 요청이 있었단다.

김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명준이가 좋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어 직접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최정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보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배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직접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며 스프링캠프에 참가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고명준의 넉살에 단장의 마음도 이미 녹았다. 류 단장은 “선배들 앞이라고 쉽사리 주눅 드는 성격이 아니더라. 보면 알 거다”라고 말했다. “취재진 앞에 서는 건 처음이다”라면서도 여유로운 표정을 잃지 않은 채 ‘할말은 다 하는’ 고명준의 모습을 보는 내내 류 단장의 “보면 알 거다”란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캠프 초반부터 고명준은 팀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85cm, 95kg의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힘 있는 타구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고명준은 타격 훈련 시 ‘타구속도’ 측정에서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고 있다. 고명준은 “타격의 꽃은 홈런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20개 이상을 ‘기복 없이’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시원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린다. 고명준의 당찬 모습을 보며 김 감독도 ‘잘 한다’는 의미로 “잘생긴 우리 명준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신인지명은 SK에서 받았지만 앞으로 프로 데뷔는 신세계 유니폼을 입고 하게 된다. 지난달 말 신세계가 SK 야구단 인수를 결정하고 인수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고명준은 “신세계와 함께 프로에 첫 발을 내딛어 영광이다. ‘SK 왕조’를 구축했던 선배들의 ‘DNA’를 잘 물려받아 새로운 ‘신세계 왕조’를 이끄는 주축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이며 “여기에 우승반지를 다 끼고 싶다”며 씩 웃었다.

청주 세광고를 졸업한 고명준은 LG 이영빈(2차 1라운드 7순위), SK 조병현(2차 3라운드 8순위) 등과 오랜 세월 약체로 꼽혀온 세광고의 중흥을 이끌었다. 상위라운드에서 지명될 만큼 기량이 뛰어난 삼인방의 맹활약 속에 지난해 세광고는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준우승 거두고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진출했다. 세광고의 협회장기 결승 진출은 1983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이후 37년 만의 일이기도 했다.

지난해 협회장기 대회 당시 준우승을 한 뒤 3학년 동기들끼리 모여 기념 촬영을 한 모습. 고명준 제공


잘했다면 잘한 일이지만 고명준은 “우승경험을 못해 정말 아쉬웠다”고 말한다. 대학시절까지 탁구선수로 활약한 엄마,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외삼촌(정회선 충훈고 감독), 조기축구 무대를 주름잡은 아빠를 보며 자라 승부나 경쟁에서 ‘이겨야’ 직성이 풀린단다. 고명준은 “우승 못한 갈증을 프로무대에서 제대로 풀고 싶다”며 이번엔 눈빛을 반짝였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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