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룰’ 논쟁 그 이상의 문제 [강홍구 기자의 터치네트]

강홍구 기자 입력 2021-01-28 10:33수정 2021-01-2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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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에 때 아닌 ‘로컬룰’ 논쟁이 불붙고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 기준과는 다른 한국배구연맹(KOVO)만의 경기 운영 룰이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심지어 책임 소재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사안을 가만히 살펴보면 논쟁 이상의 문제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로컬룰’ 논란은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우리카드와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불거졌다. 1세트 한국전력의 연속된 포지션 폴트를 심판진이 잡아내지 않았다는 우리카드의 주장. 경기 초반 ‘오심 논란’ 속 분위기를 내줬던 우리카드는 이날 결국 0-3으로 패했고 경기 이튿날인 25일 KOVO에 공문을 보내 공식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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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단은 포지션 폴트의 기준 시점에 대한 FIVB와 KOVO의 룰이 달랐기 때문이다. FIVB에서 서브 시 서버가 공을 때리는 순간을 그 기준으로 삼는 것과 달리 KOVO는 공을 띄우는 순간을 포지션 폴트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리시브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 보다 유연하게 경기를 운영하기 위해 2018~2019시즌부터 적용한 로컬룰이다. 명문화돼 있지는 않다. 26일 서울 마포구 연맹 사무실에서 규칙 설명회를 연 김건태 경기운영본부장은 “로컬룰과 국제룰의 괴리가 만든 논란이다. 반칙 아닌 반칙이 돼버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2018~2019시즌부터 관련 로컬룰을 만들어 운영해온 주체인 KOVO의 심판이 왜 로컬룰에 위배되는 포지션 폴트에 휘슬을 불지 않았느냐다. 그동안 로컬룰을 기준으로 경기를 끌어온 KOVO가 오심 논란이 불거지자 로컬룰 대신 FIVB룰을 거론하는 건 자기 모순에 빠졌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연맹은 징계 여부 등을 추후 결정할 계획이다.



두 번째 로컬룰 논란은 규칙 설명회 직후인 26일 인천 계양체육관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나왔다. 3세트 흥국생명 김연경의 밀어넣기 공격이 상대 블로커의 손에 맞고 라인 밖으로 떨어졌다.

상황은 이 다음부터 시작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터치아웃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확인 결과 김연경의 손이 더 늦게까지 남아있던 것이 잡히면서 공격자 터치아웃이 선언됐다. GS칼텍스의 득점으로 인정되자 김연경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한 항의로 경고를 받을 걸 알면서도 강하게 어필했다.

이 역시 FIVB와 KOVO의 룰이 달라서 생긴 일이다. 그러나 앞과는 다소 경우가 다르다. FIVB에 비해 KOVO가 보다 세밀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FIVB에서 비디오 판독 대상을 5가지(세부항목 포함 7가지)로 규정해놓은 데 비해 KOVO에서는 10가지를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단순히 항목만 많은 것이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터치아웃의 경우도 FIVB는 블로커 터치만을 대상으로 삼는데 반해 KOVO에서는 공격자 터치아웃, 블로커 터치아웃 등 폭넓게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있다. 마지막까지 공에 닿았던 사람을 터치아웃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대전제 아래서는 보다 엄격한 판독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이 역시 FIVB 주관 국제대회 등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던 것도 이 부분이다. 일본, 터키, 중국리그 등을 경험한 김연경은 “공격수가 개인 테크닉을 발휘한 것인데 로컬룰에는 맞지 않다고 해서 놀랐다. 국제 룰과 다르다보니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무엇이 맞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기술위원회에서도 해당 부분에 대해 감독간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한편 로컬룰의 차이에 대해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연맹, 구단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 다음시즌부터 손보겠다는 연맹의 설명처럼 로컬룰과 FIVB룰의 괴리를 좁히는 것은 우선과제다. 동시에 결정한 룰을 지키고 따르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이러한 자세가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제2의, 제3의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로컬룰’ 논쟁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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