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조언에 살아난 오재일, ‘가을 사나이’ 발동하나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19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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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부담감 털고 팀 전체를 봐라" 조언

한때 ‘가을 사나이’로 통했던 두산 베어스의 주장 오재일(34)에게 이번 가을은 녹록치 않았다.

오재일은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9타수 2안타, 타율 0.222에 그쳤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홈런을 때려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타격감이 그닥 좋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는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는 15타수 1안타, 타율 0.067로 침묵했다.

중심타자들의 타순에 잘 손을 대지 않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결국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오재일의 타순을 3번에서 8번으로 바꿨다. 그래도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오재일 시리즈’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김태형 감독과 상대 팀 NC 다이노스의 이동욱 감독이 나란히 오재일의 이름을 언급하면서다.

김태형 감독은 “오재일이 살아나면 타선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를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이동욱 감독은 경계할 선수로 오재일을 꼽으며 “우리 팀에 강했다”고 설명했다.

오재일은 올 시즌 NC전에서 타율 0.322(59타수 19안타) 2홈런 9타점으로 강한 면모를 자랑했고, 최근 세 시즌(2018~2020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NC전에서는 타율 0.314 11홈런 36타점으로 잘 쳤다.

오재일이 잘 치든, 못 치든 시리즈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두 사령탑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재일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깨어나지 않았다.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재일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5번 타자 허경민이 3타수 3안타를 때려냈지만, 오재일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흐름이 끊겼다.

두산의 야수 최고참이자 주전 유격수인 김재호(35)는 고전하는 후배를 마냥 바라만 볼 수 없었다.

“어린 후배들이 너무 잘하고 있어 할 말이 없다”던 김재호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팀이 3-5로 진 뒤 오재일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재호는 “1차전에서 진 뒤 오재일에게 가장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오재일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받았고, 주장이기도 하다. 너무 잘하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부담을 갖고 있었다. (오)재일이에게 야구 쪽으로만 빠져들지 말고, 팀 전체를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선배의 조언을 허투루 듣지 않은 덕분일까. 오재일은 한국시리즈 2차전에 드디어 살아났다.

김태형 감독은 부진한 오재일이 조금이나마 편히 타석에 설 수 있도록 2차전에서 타순을 8번으로 조정했는데,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2회초 NC 선발 구창모의 변화구에 중심을 완전히 잃는 헛스윙으로 아웃될 때만 해도 오재일의 부진 탈출은 요원한 듯 했다.

그러나 오재일은 4회초 우전 안타로 갈증을 해소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무려 18타석 만에 때려낸 안타였다. 그는 7회에도 내야를 빠져나가는 타구로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김재호는 “오재일이 내가 한 말을 잘 받아주고, 생각해준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김재호의 조언 속에 깨어난 오재일이 다시 ‘가을 사나이’ 면모를 뽐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두산과 NC가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맞붙은 2016년 오재일은 4경기에서 타율 0.059(17타수 1안타)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하지만 2017년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당시 오재일은 4경기에서 타율 0.600(15타수 9안타) 5홈런 12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특히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무시무시했다. 4타수 4안타를 때려냈는데 안타 4개가 모두 홈런이었다. 당시 오재일은 무려 9개의 타점을 올렸다.

당시 시리즈 MVP도 오재일의 차지였다.

상대가 NC는 아니었지만 오재일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활약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333(18타수 6안타) 1홈런 6타점을 몰아친 오재일은 한국시리즈 MVP를 품에 안았다.

그에게 조언을 건넨 김재호도, 오재일의 부활을 기다리던 김태형 감독도 반기는 눈치다.

김재호는 “주장이 살아났으니 팀에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면서 타선에 전반적으로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했다.

김태형 감독도 “오재일이 오늘 쳐 준 것이 팀에게는 다행이었다. 3차전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지만, 오늘 마지막 타석에서는 자신있는 모습이 보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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