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삼성에 4-6 끌려가던 7회말
‘휴식’ 박병호 대신 나서 9호 홈런
박병호는 6회 대타로 추격 3점포
김현수 홈런 2개… LG, 두산 격파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삼성전. 경기 전 전광판에 새겨진 양 팀 선발 라인업엔 이전과는 다른 한 가지가 있었다. 홈 팀 키움의 ‘4번 타자’ 자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22)였다.
올 시즌 키움의 4번 타자는 박병호(34)다. 하지만 손혁 감독은 이날 휴식을 주기 위해 박병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손 감독이 박병호 대신 낙점한 임시 4번 타자가 바로 이정후였던 것.
이정후는 휘문고 시절 4번을 친 적이 있지만 프로 입단 후 4번 타순에 위치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프로 449번째 경기 만의 일이다.
2017년 입단 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할 이상을 기록한 이정후지만 지난해까지 파워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7년 2홈런을 쳤고, 2018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6홈런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며 힘을 키운 덕분에 올해 정교함에 파워까지 갖춘 타자로 거듭났다. 전날까지 커리어 하이인 8개의 홈런을 때렸다. 손 감독은 경기 전 “지난 시즌과 같은 장타력이었다면 고민했을 수도 있지만 올해는 다르다. 찬스에서 한 방을 쳐줄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기대 그대로였다. 앞선 3타석에서 안타 없이 볼넷만 하나 골랐던 이정후는 4-6으로 뒤진 7회말 무사 1, 2루 찬스에서 삼성의 2번째 투수 장필준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3점 결승 홈런을 때려냈다. 볼카운트 3볼 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큰 스윙으로 걷어 올렸다. 비거리 115m짜리 시즌 9번째 홈런을 날려 프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원조 4번 타자 박병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4회말 대타로 교체 출장한 박병호는 0-6으로 뒤지던 6회말 상대 선발 투수 원태인을 상대로 추격의 불씨를 댕기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15번째 홈런. 박병호와 이정후의 결정적인 홈런 2방을 앞세운 키움은 7-6으로 역전승하며 2연패에서 벗어났다.
LG는 김현수의 홈런 2개를 앞세워 두산을 8-5로 꺾고 두산전 6연패를 끊었다. LG가 두산전에서 이긴 것은 5월 5일 개막전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던 롯데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는 한화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2승(2패)째를 따냈다. 이대호와 전준우는 각각 10호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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