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하재훈’ 올해도 싹이 보인다

  • 동아일보

마운드 깜짝 활약할 비밀병기들
두산 이동원, 강속구에 제구도 장착
LG 이상규, 독학으로 150km대… KT 좌완 하준호는 최고 147km
해외 유턴파 한화 김진영도 기대주

프로야구 디펜딩 챔피언 두산 마운드는 앞으로 더 공략하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3, 4명이 10승 이상씩 책임져 주던 선발진에 비해 힘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불펜에 시속 150km대 중반의 빠른 공을 쉽게 뿌리는 ‘파이어볼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2012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이동원(27)이다.

이동원은 지난해까지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만년 유망주’였다. 하지만 이달 중순 자체 청백전에서 최고 157km의 광속구를 던져 화제를 모은 그는 프로야구 전초전인 팀 간 연습경기에서도 연일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입단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제구 불안’이라는 고질병을 고치자 이동원의 강속구는 알고도 치기 힘든 공이 됐다. 이동원은 27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7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1개의 공을 모두 패스트볼로만 던졌다. 최고 구속은 154km까지 나왔다. 팀 간 연습경기에서 ‘홈런 공장’의 명성을 떨치고 있는 SK 강타선도 그의 강속구 앞에선 기가 꺾였다. 빠른 공을 가진 덕에 불안한 제구에도 매년 선수 생명을 연장해 왔던 이동원은 올 시즌 두산 불펜에 화룡점정을 찍을 비밀병기로 꼽힌다.

한 지붕 두 가족 LG에도 비슷한 선수가 있다. 2015년 입단해 1군 경력이라고는 지난 시즌 ‘3분의 1이닝’이 전부인 이상규(24)가 주인공이다. 그 역시 최고 구속 150km를 넘나드는 공을 던지며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는 실력이 모자라 상무나 경찰야구단도 가지 못하고 의무경찰로 입대했다. 덕분에 청와대 경호팀에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이 생겼다. 간절함 하나로 유튜브 등을 통해 외국 선수들이 소개한 훈련법을 공부하며 자신의 몸에 딱 맞는 훈련법을 터득했다는 그는 입단 당시 130km대에 그쳤던 구속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보통 투수들이 제구력이나 구속 향상에 도움을 받기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로진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그의 투구 수와 이닝을 늘리며 원 포인트, 롱 릴리프 등 최적의 활용법을 찾고 있다.

투수에서 타자로, 다시 투수로 전업한 하준호(31·KT)는 지난 시즌 막판 보여준 가능성(8이닝 평균자책점 1.13)을 올 시즌 꽃피우겠다는 각오다. 꽃샘추위로 낮 최고기온이 섭씨 15도에 그쳤던 22일 LG와의 저녁 경기 마운드에 오른 그는 좌완치고는 빠른 최고 147km의 공을 던지며 성공적인 시즌을 예고했다.

손혁 키움 감독이 대체 선발 요원으로 콕 찍은 해외 유턴파 투수 윤정현(27), 류현진(33·토론토)과 시즌 전 개인훈련을 함께하며 야구를 다시 깨쳤다는 또 다른 유턴파 김진영(28·한화)도 기대 속에 대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소속 팀을 가을무대로 이끌었던 비밀병기 하재훈(30·SK), 고우석(22·LG)의 후계자는 누가 될까.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야구#이동원#이상규#하준호#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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