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방식을 바꿔볼게” 위성우 감독 마음마저 바꾼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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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22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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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박혜진. 스포츠동아DB
우리은행 박혜진. 스포츠동아DB
2019~2020시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조기 종료된 뒤 국내 여자프로농구(WKBL) 최고의 이슈는 박혜진(30·178㎝)의 행보였다.

자신의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혜진은 WKBL의 제도 변경에 따라 원 소속구단인 아산 우리은행 외의 구단들과도 협상이 가능했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모든 팀이 ‘박혜진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고심 끝에 박혜진은 우리은행 잔류를 택했다. 우리은행은 21일 박혜진과의 4년 재계약 소식을 알렸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박혜진이 이적할 것’이란 소문이 자자했다. 우리은행도 노심초사였다. 20일 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48)은 “모든 구단이 (박)혜진이 영입에 나섰는데, 그 중에서도 몇몇 구단이 아주 적극적이었다고 들었다. 다행히 팀에 남기로 결정해줘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정장훈 사무국장이 협상 기간 내내 박혜진의 고향집이 있는 부산에 머물렀고, 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수차례 부산을 다녀왔다. 타 구단의 달콤한 유혹도 오랜 기간 함께해온 정을 이길 순 없었다. 협상 기간이 우리은행과 박혜진에게는 마음을 떠놓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됐다.

위 감독은 “협상이라기보다는 면담시간이었던 것 같다. 서로 못했던 얘기를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박)혜진이는 나와 함께한 8년간 힘들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주변에선 ‘혜진이가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그래서 물어보면 ‘괜찮다’고 하고…. 그 부분에 대해선 혜진이도 인정하더라. 자기는 마냥 내 말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더라”고 덧붙였다.

위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서 엄격한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다른 이들의 말을 잘 귀담아 듣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는 “내게 잘못된 부분이나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선수들이 얘기를 해줘야 나도 어떤 것이 잘못됐는지 알지 않겠나. 혜진이에게 ‘내 지도방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너희들도 입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협상 기간이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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