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끝난 신진식 감독 후임으로
“배구 선수로 뛰면서 운동만 생각… 그 덕에 촌놈이 이만큼 먹고살아”
이상렬은 KB손해보험 지휘봉
2012년 11월 한국배구연맹(KOVO) 구자준 총재 취임식이 열렸다. 각 팀 선수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취임식이 끝난 뒤 점심식사가 이어졌다. 너도나도 나이프와 포크를 들 때쯤 한 선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자들이 ‘어디 가냐’고 묻자 이 선수는 “다음 날 경기 때문에 훈련을 하러 간다”고 답했다. 상대 팀 주장은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공식 행사에 참석한 건데 늦어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이런 사유로 늦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감독님부터 새벽 훈련에 가장 먼저 나오신다. 처음 입단했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한 2년 지나니 습관이 됐다. 나도 사람인데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참는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어떻게 남과 다를 수 있나. 선수로 뛰면서 운동만 생각했다. 그 덕에 배구만 한 촌놈이 이만큼 먹고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이 선수 소속 팀은 다음 날 1시간 3분 만에 상대 팀을 3-0으로 물리쳤고, 이 경기에서 공격 8개 중 7개를 성공시킨 ‘촌놈’은 이제 그 팀 감독이 됐다. 삼성화재 제4대 감독에 선임된 고희진 현 수석코치(40)다.
지난 시즌 5위로 마친 삼성화재 관계자는 20일 “계약 기간이 끝난 신진식 감독(45) 대신 고 코치와 감독 계약을 맺기로 했다”면서 “삼성화재 정신을 코트 위로 다시 불러올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에 따라 감독 승격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현재 남자 프로배구 최연소 사령탑이 된 고 감독은 실업 배구 시절인 2003년부터 2015∼2016 시즌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삼성화재에서만 뛰면서 여덟 번(역대 2위) 우승을 경험한 구단 ‘명예의 전당’ 회원이다.
지난 시즌 7개 팀 중 6위에 그친 KB손해보험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KB손해보험은 실업 배구 시절 LG화재에서 1989∼1997년 활약한 이상렬 현 경기대 감독(54)을 차기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 감독은 2007∼2009년에는 이 팀 코치를 지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권순찬 감독(45)은 중도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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