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본색 되찾은 강동궁… PBA 마지막 투어 챔피언십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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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제등 공격적 룰 적응못해 고전… 자신의 스타일 찾으며 ‘이름값’

PBA 제공
PBA 제공
“다시 헐크가 되고자 했다.”

강동궁(39·사진)은 듬직한 외모와 압도적인 실력 때문에 ‘당구계 헐크’로 통한다. 한국 3쿠션을 대표하는 강동궁은 2013년 구리에서 열린 세계3쿠션월드컵, 2015년 LGU+컵 3쿠션마스터스, 2018년 세계팀3쿠션선수권 등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4월 프로당구(PBA)투어 도전을 선언한 뒤 지난달 5차 대회까지 거둔 그의 성적은 이름에 걸맞지 않았다. 첫 대회 32강 탈락 이후 64강-64강-32강-64강. 참담한 성적표였다.

올해 마지막 PBA투어인 ‘SK렌터카 PBA챔피언십’에서 강동궁은 ‘5전 6기’만에 PBA를 평정했다. 20일 열린 결승전에서 스페인의 다비다 사파타(27)를 4-1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 우승상금 1억 원도 손에 넣었다. PBA 출범 때부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강동궁이 ‘이름값’을 한 순간이었다. 강동궁은 “PBA에서 마음고생이 많았다. 평소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힘든 티를 많이 냈다. 부진에 빠져 있을 때 소속사 대표님이 ‘별명이 헐크인데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치느냐’고 하시더라. 질 때 지더라도 헐크다운 모습을 되찾자고 생각했는데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PBA는 기존 당구대회와 다르게 서바이벌 방식, 세트제, 뱅크샷 2점제 등 공격적인 당구를 위한 제도를 많이 도입했다. 상대에게 점수를 낼 기회를 주지 않는 수비 당구가 강점이던 강동궁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PBA에 오면서 나 스스로 스타일을 바꿔야겠다는 부담을 너무 많이 가졌던 것 같다. 새로운 룰에 적응하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공격적인 스타일로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대회 때는 과거에 내가 잘했던 영상을 유튜브로 다시 보면서 원래 좋았던 스타일을 되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강동궁은 이번 우승을 통해 내년 2월에 열릴 PBA투어 파이널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PBA 파이널은 총상금 4억 원, 우승상금 3억 원으로 전 세계 당구대회 가운데 가장 많은 상금을 놓고 치러진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강동궁#pba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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