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용규가 구단에 큰 피해를 끼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용규가 개인적으로 불만을 품고 트레이드를 요구하는 것까지는 개인 의사지만 FA계약을 맺은 뒤 심지어 시즌이 개막 되기 2주 가량 전에 촉발시킨 돌발상황에 구단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용규가 지난해에 비해 역할이 많이 줄은 상태였다해도 핵심자원임에 분명하기에 한화는 시작부터 스텝이 꼬여버린 셈이었다.
팀은 물론 한국야구계에 많은 기여를 한 베테랑이란 것도 고려했다. 동시에 이러한 대단한 선수가 저지른 섣부르고 경솔한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지적했다.
다만, 이용규가 사회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이 아닌데다 시간이 흐른 뒤 반성입장을 지속적으로 보내왔다는 점, 베테랑 외야수로서 여전히 팀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선수라는 부분에서는 이 이상의 징계는 지나치게 가혹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한화는 선수의 앞날을 묶어만 놓고 막는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에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한 번의 잘못과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대두됐다. 앞서 맺혔던 응어리와 불쾌했던 감정 등도 시간이 지나며 많이 희석된 측면이 있다.
결국, 한화는 이용규를 다시 포용하고 지나간 일을 매듭짓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 전격적으로 징계해제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서는 시기에 있어 논의가 필요했다. 단, 한화는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좌절된 상황이라 순위싸움과 무관했고 내부적으로 시즌이 끝나기 전, 하루라도 빠르게 결론을 내리자는 기류가 힘을 얻었다.
팀 수장이자 사실상 이번 갈등에서 논란을 피할 수 없던 한용덕 감독 역시 이와 같은 결정에 힘을 보탰다.
아직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모든 갈등이 완벽히 봉합됐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구단과 이용규 모두 여전히 밝히지 않은 상대에 대한 서운함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모든 갈등이 팀의 하위권 추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음을 인지하고 있다. 구단도, 선수도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해야 할 수밖에 없는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는 구단 관계자들은 물론, 이용규와 한용덕 감독까지 모두가 내내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지만 이후에는 일종의 후련한 표정도 감지됐다.
앙금보다는 오히려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 성적에 대해 팬들에게 일종의 미안함만이 가득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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