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을 빛내줄 수 있다면…” SK 박민호가 품은 가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7월 30일 09시 30분


SK 박민호. 스포츠동아DB
SK 박민호.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박민호(27)는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팀과 동료를 앞서 생각하는 마음은 그의 존재 가치를 더욱 빛낸다.

감초와도 같은 박민호의 활약에 SK 필승조는 더욱 막강해졌다. 우완 서진용, 좌완 김태훈에 사이드 투수 박민호가 가세하면서 마무리 투수 하재훈으로 향하는 필승 공식이 다채롭다. 일찌감치 커리어 하이를 예약한 박민호가 31경기(31.2이닝) 평균자책점 2.56으로 호투를 거듭하는 덕분에 필승조 전원은 적절히 휴식을 취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유연하게 필승조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게 확보해둔 구원진 카드는 올 시즌 SK가 거둔 최고의 수확이다.

첫 풀타임 시즌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박민호는 그간 선발부터 추격, 필승조까지 팀의 필요에 의해 여러 보직을 맡아왔다. “나는 선발 투수인가 불펜 투수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던 박민호는 2017~2018년 상무에서 구원 투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 SK에서도 보조 필승조의 역할을 맡아 지속적으로 경험을 쌓고 있다.

“상무에 다녀오기 전까지는 그저 1군에서 생존 경쟁을 하던 투수였다. 사실 그동안 한 게 없다”고 돌아본 박민호는 “이제는 내가 어떤 투수인지 알고 있다. 연투를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의 장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며 “지금도 계속 하나씩 배우면서 정체성을 찾는 단계”라고 했다.

곧 개인 한 시즌 최다 경기·이닝 기록을 새로 쓰는 그는 “몸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단지 공을 잘 던진다고 해서 1군에 남을 수는 없다”며 “페이스를 꾸준히 잘 유지하는 게 풀타임을 뛰는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은 실점 위기 때 믿고 내세울 투수로 일찍이 박민호를 염두에 뒀다. 이에 박민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투구하는 연습을 반복했다. 실제 올 시즌 박민호에게 주어진 승계주자는 20명으로 팀 내에서 서진용과 함께 가장 많았다. 박민호는 “당시에는 훈련이 너무 힘들었지만 계속 막아내다 보니 주자가 있는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가도 불편하지 않다”며 “만루 상황에 자주 올라가서 코치님들이 장난으로 ‘만루의 사나이’라고도 한다. 아직 못 막을 때도 많아서 반반인 것 같다”고 웃었다.

매 경기를 치르며 필승조의 무게와 의미도 되새긴다. 박민호는 “1점차로 이기는 경기도 무사히 막고 내려와야 진짜 필승조다. 지금보다 공이 더 좋아지고 신뢰를 줘야 팀이 이길 때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필승조라서 좋다’가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더욱 집중해서 던져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10홀드·50경기·50이닝 등 수치상의 개인 목표를 세워두긴 했지만 큰 의미는 없다. 항상 다짐하고 있는 진정한 목표도 “매 경기 포수가 던지라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던지는 것”이다. 대신 “동료들을 위해 기꺼이 조연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더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

“동료들과 함께 잘하고 싶다”는 박민호는 “누구나 1등을 꿈꾸지만 2등을 하더라도 1등을 빛내줄 수 있다면 좋다. 1등이 된다면 굳이 2등으로 내려가지는 않겠지만 1등으로서 2등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동료들이 잘 던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내가 야구를 하는 이유이자 삶의 가치관”이라고 힘줘 말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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