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유벤투스 향한 열기, 졸속행정으로 찬물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6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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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만에 내한한 유벤투스를 향한 열기는 뜨거웠다. 그에 걸맞지 않은 주최 측의 졸속행정이 팬들의 화를 불렀다.

유벤투스와 ‘팀 K리그(K리그 올스타)’의 친선경기가 26일 오후 8시 57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오스마르와 세징야의 연속골로 팀 K리그가 앞섰다.

유벤투스는 이날이 23년만의 방한이다. 1996년 한국을 찾아 한국 국가대표팀과 친선경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유벤투스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아약스(네덜란드)와 혈전을 치른 직후 한국을 찾았다.

유벤투스는 경기 당일 입국했고, 시차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 치른 경기에서 서정원, 고정운, 유상철, 하석주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0-4로 완패했다.

경기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곤살로 이과인, 마테이스 데리흐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유벤투스 선수단이 오후 12시 45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항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별도의 입국 행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팬들이 선수단을 맞이했다.

경기장은 인파가 더했다. 유벤투스, 특히 호날두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온 팬들이 많이 보였다. 호날두가 과거 몸담았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유니폼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미혜(21)씨는 “호날두가 온다는 소식에 (유벤투스) 유니폼을 샀다”면서 “사인회에 가지 못해 아쉽지만,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가 열리기까지 갖은 파행이 이어졌다.

이날 유벤투스 선수단이 탑승한 전용기가 기상 악화로 연착되면서 당초 입국하기로 한 12시 45분이 아닌 2시께 한국 땅을 밟았다.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시간이 오후 2시45분이다. 이로 인해 팬 사인회 시간은 물론, 유벤투스 선수단이 호텔에 도착하는 시간 또한 크게 늦어졌다.

호텔 도착 후 경기 시간에 맞춰 식사까지 진행하면서 행사가 뒤로 더 밀렸다. 설상가상 호날두는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팬 사인회 불참을 선언했다. 행사를 주최한 더페스타의 로빈 장 대표가 단상에서 팬들에게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호날두를 대신해 파벨 네드베드 유벤투스 부회장, 지안루이지 부폰,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 다니엘레 루가니 등 유벤투스 선수단의 사인회를 진행했지만, 팬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 큰 문제가 터졌다. 경기 시간이 아예 늦춰진 것이다.

당초 유벤투스와 ‘팀 K리그’는 2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갖기로 했지만 유벤투스 선수단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킥오프 시간이 늦어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유벤투스 선수들은 호텔에서 오후 6시30분 무렵에 경기장으로 향했다. 비 내리는 금요일 저녁의 서울시내 교통 상황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애초에 일정이 너무 타이트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정대로라면 오후 7시5분부터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어야 했지만 유벤투스 선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팀 K리그의 골키퍼 조현우(대구), 송범근(전북)만 가볍게 몸을 풀다가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주최 측은 경기 시작 10분 전에야 전광판을 통해 “오후 8시로 예정돼 있는 경기가 유벤투스 선수단의 사정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음을 안내드린다. 죄송하다”고 전했다.

결국 킥오프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유벤투스 선수단이 탑승한 버스는 오후 8시4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킥오프 시간이 8시 30분에서, 8시 50분으로 거듭 조정됐다.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선수단의 웜업과 선수단 기념촬영 등이 진행되는 동안 시간이 흘렀다. 8시 57분에야 경기가 시작됐다.

여기에 당초 45분간 의무 출전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호날두는 끝내 경기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전광판에 호날두가 나올때마다 큰 환호를 보냈던 팬들의 기대는 곧 야유로 변했다. 호날두는 아예 몸을 풀지도 않고 벤치에서 경기를 보자 팬들은 호날두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이름을 연호했다. 한국 팬들에게 아쉬움만 남기고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본 경기를 앞두고 보조경기장에서 번외 이벤트로 열린 ‘레전드 매치’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참가하기로 했던 다비드 트레제게, 에드가 다비즈 등 유벤투스 레전드들이 교통 체증을 이유로 행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경기는 오후 5시15분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들이 늦으며 30분으로 늦춰졌다. 5시 30분에야 이 둘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경기를 치르는 동안 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둘은 경기 시작 직전에야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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