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두 배’ K리그 “올 시즌 반짝 흥행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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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5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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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프로축구 K리그에는 탐탁치 않은 패턴이 존재했다. 3월 개막에 즈음해 관중이 몰렸다가 4월 프로야구가 시작되면 관중수가 쭉 빠지는 게 패턴의 골자다. 황사나 미세먼지 탓에 경기장을 멀리하고, 날씨가 좋으면 나들이 가기 바빠 축구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런 패턴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래서 “초반 흥행에 속지 말자”는 얘기도 있었다.

올 시즌 초반도 좋았다. 개막전부터 예상 밖의 흥행에 잠시 설렜지만, 예전처럼 곧바로 거품이 꺼지지나 않을까 걱정됐다. 하지만 라운드가 거듭되면서도 흥행 바람은 잦아들지 않았다. 기대와 우려 속에 K리그1은 어느덧 21라운드까지 왔다.

올 시즌 K리그1 입장 관중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 21라운드까지 125경기를 치른 가운데 총 관중수는 102만2032명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8176명이다. 이는 지난해 9월30일 달성한 100만 관중과 비교해 2개월 이상 빠른 흐름이다. 경기 수로는 61경기나 앞당겨졌다. 그만큼 올 시즌 흥행은 예사롭지가 않다.

특히 지난해부터 공식 관중을 유료 관중으로만 집계한 규정 아래서 이룬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2017년까지 관중수 집계는 입장 게이트를 통과한 유료 관중과 무료 관중(VIP, 초청, 미디어)을 모두 포함했지만, 2018년부터 유료 관중만 카운트했다.

올 시즌 흥행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누가 뭐래도 올해의 최대 히트 상품은 대구FC다. DGB대구은행파크 스탠드의 알루미늄 바닥을 구르는 대구의 ‘쿵쿵 골~’의 함성은 K리그의 전진을 의미하듯 힘이 넘쳤다. 초반 연속 매진 등으로 관심을 집중시킨 대구의 인기몰이는 K리그 전체로 퍼지면서 동반 상승을 이끌었다. 21라운드까지 대구의 평균관중은 1만455명으로 지난해 4073명보다 무려 2.5배나 상승했다.

치열해진 우승 경쟁 또한 흥행에 큰 도움이 됐다. 최근 몇 년간 K리그는 전북 현대의 독주 체제였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전북은 절대 1강의 자리에 올랐다. 반면 다른 구단의 투자는 위축됐다. 전북과 추격하는 팀의 간극은 더욱 벌어졌다. 전북이 우승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우승 레이스는 싱거웠다.

올 시즌은 달랐다. 전북을 위협하는 팀이 나타나자 선두 경쟁은 흥미진진해졌다. 전북을 견제하는 울산 현대와 FC서울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21라운드까지 전북이 13승6무2패(승점 45)로 선두인 가운데 울산(승점 44)과 서울(승점 42)이 추격 중이다. 특히 지난 시즌 강등 위기까지 몰렸던 서울의 선전은 관중 증가에 큰 보탬이 됐다. 서울은 21라운드까지 경기당 평균 1만7193명을 기록, 지난해 1만1823명보다 크게 늘었다.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나 파울루 벤투 감독의 국가대표팀의 인기도 K리그 흥행에 한몫했다. 프로축구연맹이나 각 구단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 요일 분산을 통해 미디어 노출 빈도를 늘린 점이나 젊은 팬의 트렌드에 맞춘 SNS 홍보, 적극적인 마케팅 등도 도움이 됐다. 이 같은 다양한 요소가 맞물리면서 K리그의 흥행과 경쟁력은 물론이고 축구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한 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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