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논란 세메냐 “800m 아니면 세계선수권 참가 않겠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일 10시 58분


코멘트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여자 선수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에 맞서 싸우고 있는 캐스터 세메냐(28·남아프리카공화국)가 “(주종목인)800m가 아니라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세메냐는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에서 열린 IAAF 다이아몬드리그 프리폰테인 클래식 여자 800m에 출전, 1분55초70을 기록해 우승했다. 1분58초36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에이지 윌슨(미국)을 여유있게 제쳤다.

경기 후 세메냐는 AP통신을 비롯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9월 개막하는 카타르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여자 800m에 출전할 수 없다면 대회에 나서지 않겠다. 나의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800m 챔피언 타이틀을 지키는 것”이라며 “800m에 출전할 수 없다면 휴가를 갔다가 내년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세메냐는 “법정 싸움은 마치 전쟁 같다. 하지만 나는 세계 챔피언이고, 올림픽 챔피언이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성취해왔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육상계에서 세메냐와 IAAF의 법정 다툼은 뜨거운 감자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5월1일 세메냐와 남아공육상연맹이 제기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 규정 철회’ 청원을 기각했다.

CAS가 결론을 내린 직후 IAAF는 5월 8일부터 여성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여자 400m와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1㎞) 경기에 이 규정을 적용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선수는 약물 투약 등을 통해 수치를 5n㏖/ℓ(혈액 1리터당 10나노몰·나노는 10억 분의 1)로 낮춰야 했다.

세메냐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5월 말 스위스 연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지난달 4일 IAAF에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는 수치를 낮춰야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남성 호르몬 규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라”고 했다. 또 세메냐가 테스토스테론 수치 조절 없이 주종목인 여자 800m에 출전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IAAF는 ‘당장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스위스 연방법원에 제시했다.

스위스 연방법원의 결정에 따라 세메냐는 일단 800m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프리폰테인 클래식에서 IAAF가 남성 호르몬 제한 규정을 시행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주종목인 800m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재판에는 통상 1년 이상이 걸린다. 스위스 연방법원이 IAAF가 제시한 ‘당장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세메냐는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00m에 출전할 수 있다.

세메냐는 CAS가 IAAF의 손을 들어준 후 “나는 강한 선수다. 100m부터 5000m까지 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3000m 출전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위스 연방법원의 결정이 나온 이후로는 800m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메냐는 800m 최강자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육상 여자 800m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009년 베를린 대회와 2011년 대구 대회에서 여자 800m 2연속 금메달을 수확했고, 2017년 런던 대회에서도 같은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