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의 손흥민처럼, 제1의 길을 내려는 이강인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11일 08시 09분


코멘트

‘막내 형’이 이끄는 정정용호, 12일 오전 에콰도르와 4강

U-20 대표팀 이강인 선수가 10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 보조구장에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의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U-20 대표팀은 오는 12일 오전 3시30분 에콰도르와 4강전을 치른다. 2019.6.11/뉴스1 © News1
U-20 대표팀 이강인 선수가 10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 보조구장에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의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U-20 대표팀은 오는 12일 오전 3시30분 에콰도르와 4강전을 치른다. 2019.6.11/뉴스1 © News1

어떤 큰 획을 그은 대선수는, 자체로 하나의 길이 된다. ‘제2의 차범근을 꿈꾸는 어린 공격수’ ‘제2의 홍명보가 기대되는 대형 수비수’ ‘제2의 박지성에 도전하는 흙속의 진주’ 등의 표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하지만 아무리 비슷하다고 해도 A와 똑같은 A‘는 없는 법이다. 복사본은 원본을 능가하기 어렵다. 다른 각도로 접근한다면, 아주 도드라진 별은 ’제2의 OOO‘의 범주에 가두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현재 한국축구의 아이콘인 손흥민은 제2의 누군가가 아니라 그냥 제1의 손흥민이다.

그러한 큰길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또 하나의 재목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어렸을 때 소위 ’신동‘ ’천재‘ 소리를 들었던 이들이 적잖았으나 이강인(18)만큼 존재감이 도드라진 10대도 예를 찾기 힘들다.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어 더 가치 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이 12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에콰도르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결승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16강에서 숙적 일본을 제압했고 8강에서 세네갈과 ’역대급 명승부‘를 펼친 끝에 ’어게인 1983‘에 성공했다. 에콰도르마저 잡는다면,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

시선은 역시 이강인의 왼발에 꽂힌다. 정정용호 구성원 중 가장 어린 18세이지만 ’막내 형‘이라는 흥미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냈을 만큼 필드 안팎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자타공인 에이스다. 돌이켜보건대 한국 축구사를 수놓은 수많은 대표팀 중에서 이런 에이스는 예를 찾기 힘들다. 언제나 팀을 지탱하는 기둥은 있었으나 그들이 항상 기대만큼의 기량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특히 특정 대회에서는 상대의 집중견제 때문에 평소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U-20 대표팀 이강인 선수가 10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 보조구장에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의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U-20 대표팀은 오는 12일 오전 3시30분 에콰도르와 4강전을 치른다. 2019.6.11/뉴스1 © News1
U-20 대표팀 이강인 선수가 10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 보조구장에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의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U-20 대표팀은 오는 12일 오전 3시30분 에콰도르와 4강전을 치른다. 2019.6.11/뉴스1 © News1

그런데 이 어린 에이스는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모든 경기에서 빛났다.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였던 포르투갈과의 1차전부터 홀로 1골2도움 원맨쇼를 선보인 세네갈전까지 기복 없이 도드라졌다. 포인트가 필요할 땐 레벨이 다른 플레이로 해결사 역할을 해냈고, 희생이 필요할 땐 막내답게 열정적으로 뛰어다녔다.

통통 튀는 재주를 지녔으나 그것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형들에게 집중력을 요구하는 듯한 리더십을 발휘할 때는 과연 18세가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이강인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미 정정용호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한국을 떠나면서 “’어게인 1983‘이 목표”라 했을 때 박수를 보내면서도 가능할 것이라 믿은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승승장구 중이다. 에콰도르를 꺾으면 남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없던 획까지 긋게 된다. 모두가 똘똘 뭉친 덕분이지만 18세 이강인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이는 없다.

아직 어린 나이이고, 잘 자라는 것 같다가 시들어버렸던 샛별들이 축구사에 꽤 많았기에 조심스럽지만 확실히 물건은 물건이다. 적어도 ’제2의 누구‘의 길에 갇힐 재능은 아니다. 제 1의 손흥민처럼, 제 2의 이강인도 충분히 기대해 봄직하다.

(루블린(폴란드)=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