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개척한 챔스리그 결승, 손흥민이 새로운 역사 도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30일 14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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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박지성(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현역 시절 박지성(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지성(38)은 누가 봐도 행복한 축구인이다. 한국축구대표팀 주장으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고, 세계 최고 무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맹활약했다. 특히 등번호 13번을 달고 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시절은 축구인생의 황금기였다. EPL 우승을 4번이나 할 정도로 박지성은 맨유의 전성기와 함께 했다.

하지만 한국축구의 에이스도 언제나 구름 위를 걸은 건 아니었다. 영광의 시간 속에서 쓴맛은 불쑥 찾아왔다. 2008년 열린 2007~200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뼛속까지 아로새겨진 아픔이었다.

당시 박지성은 아시아선수 최초의 챔스 결승전 출전을 예약한 상태였다. 몸 상태가 워낙 좋았고, 맨유가 결승까지 오르는 동안 큰 힘을 보탰다. 선발로 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예상은 빗나갔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에 박지성을 외면했다. 뒤통수를 맞은 박지성은 엔트리에서 빠진 채 쓸쓸히 관중석으로 향했다. 맨유는 첼시와 승부차기까지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지만, 박지성은 웃지 못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였다. 배신감도 들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은) 끔찍한 결정이었다”며 미안함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박지성에겐 기회가 또 찾아왔다. 맨유는 2008~2009시즌, 2010~2011시즌에도 챔스리그 결승에 올랐고, 박지성은 다행히 모두 출전했다. 하지만 맨유는 2번 모두 FC바르셀로나에 무릎을 꿇었다.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 후 8년, 이번엔 손흥민(27·토트넘) 차례다. 국가대표팀 에이스와 주장 그리고 챔스리그 결승전 출전을 앞둔 것까지, 손흥민은 박지성의 길을 걷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어린 시절 박지성이 챔스리그 결승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했다. 자신의 롤 모델을 따라 그도 기어코 결승전의 문턱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제 결승 무대를 누비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일만 남았다. 이는 자신의 우상도 가지 못한 길이다. 2008년 맨유의 우승 경기에서 뛰지 못한 박지성과 달리 손흥민은 자신의 발끝으로 정상에 서고 싶다고 했다. 그는 “결승에 가서 뛴다는 것이 행복하다기보다는 결승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토트넘과 리버풀의 2018~2019시즌 챔스리그 결승은 6월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다. 단판 승부로 우승팀을 가리는 가운데 토트넘은 클럽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고, 리버풀은 2005년 이후 14년 만에 정상을 노린다.

챔스리그 결승 출전과 함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는 환상적인 시나리오, 과연 손흥민은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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