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이’ 박한이, 숙취 운전으로 최악의 은퇴…“변명의 여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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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8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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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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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키고 은퇴를 선언한 KBO리그 최고참 박한이(40·삼성 라이온즈)는 팬들에게 ‘착한이’로 불리던 삼성 최고의 선수였다.

2001년 삼성에서 데뷔한 박한이는 올해까지 19년 동안 삼성 유니폼을 벗지 않은 삼성의 대표 스타다. 통산 2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4(7392타수 2174안타) 146홈런 906타점 149도루 1211득점의 성적을 남겼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선수가 박한이다. '국민타자' 이승엽(2156안타)보다 많이 쳤다. 팀 내 가장 많은 우승 반지를 가진 선수이기도 하다. 2002년을 시작으로 모두 7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박한이는 올 시즌 다시 한 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다른 곳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삼성 팬들은 연봉이 아깝지 않은 그에게 ‘착한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삼성은 '박한이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KBO리그 최고령 선수인 그는 은퇴가 머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성대한 은퇴식은 물론 33번의 영구결번도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은퇴 후에도 지도자로 야구인의 삶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한 번의 실수가 19년의 영광을 앗아가고 말았다.

박한이는 26일 키움과의 홈경기에서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팀이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1, 2루의 찬스에 대타로 나서 상대 마무리 투수 조상우의 시속 150㎞짜리 초구 직구를 노려쳐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역전 끝내기 2루타를 작렬, 삼성의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안타는 그의 야구 인생 마지막 안타가 됐다. 경기를 마친 후 기분좋게 지인들과 술을 마신 박한이는 다음날 자녀 등교를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박한이는 27일 오전 9시경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에서 접촉사고를 일으켰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측정을 한 결과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65%로 측정됐다.

사건 경위를 전달받은 삼성은 곧바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박한이는 도의적 책임을 위해 고심 끝에 은퇴를 결심했다.

박한이는 “음주운전 적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퇴하기로 했다”며 “징계, 봉사활동 등 어떤 조치가 있더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 무엇보다도 저를 아껴주시던 팬분들과 구단에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승세를 뽐내며 공동 6위까지 올라선 삼성은 박한이의 불명예 은퇴로 분위기에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삼성 팬들은 "역대 가장 충격적인 은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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