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10개 채워야죠” 전설 쓰는 리베로 여오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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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오현, 디그-리시브 압도적 1위
출전 경기-세트도 남녀 합쳐 최다… 챔프전 14차례 뛰며 9차례 우승

“선수라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코트에 설 수 있는 동안은 계속 우승하고 싶어요.”

현대캐피탈 리베로 여오현(41·플레잉 코치·사진)은 프로배구 역사의 산증인이다. 아마추어 실업 시절이던 2000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그는 2005년 프로 출범 뒤에도 줄곧 코트에 섰다. 디그 성공(4871개), 리시브 정확(7228개) 등 리베로 부문의 통산 최다 기록은 모두 그가 갖고 있다. 남녀 통틀어 출전 경기(487경기), 출전 세트(1796세트)도 최다이다. 리시브 정확의 경우 역대 2위인 동갑내기 최부식(대한항공 코치·4696개)보다 2532개나 많다. 여오현을 능가하는 ‘리베로 천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프로배구 최고령인 여오현은 이번 시즌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남녀 통틀어 최다 우승(9회) 기록이다. 현대캐피탈이 정상에 오른 덕분에 고희진 삼성화재 코치(39)와 함께 갖고 있던 8회 우승을 넘어섰다. 2012∼2013시즌까지 삼성화재 소속으로 7차례, 현대캐피탈로 옮긴 뒤 2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결승 진출 횟수도 압도적이다. 프로 출범 후 15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지 못한 것은 2014∼2015시즌이 유일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공격수의 몫이지만, ‘잘 키운 리베로 하나, 열 공격수 안 부럽다’는 말은 그를 위한 말이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43)이 “내 마음속 MVP(최우수선수)는 늘 여오현”이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 “2015∼2016시즌을 앞두고 같이 선수로 뛰던 (최)태웅이 형이 사령탑이 된 거예요. 파격적인 인사라 놀랐죠. 갑자기 ‘감독님’이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워낙 능력이 있는 분이라 잘 이끌어 가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결과로도 보여주셨고요.”

시즌이 끝난 뒤 여오현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벌써 4번째 FA 자격이다. 자격 취득 직후 “어느 팀이 마흔 넘은 저를 불러 주겠어요(웃음). 지금 팀에서 더 뛰면 좋겠는데…”라고 했고 현대캐피탈은 그를 망설임 없이 붙잡겠다고 약속했다.

여오현의 큰아들 광우(13·송산중 1학년)도 배구 선수다. 아빠가 “힘들 것”이라며 반대했는데도 배구를 시작한 광우의 꿈은 ‘최태웅 아저씨’ 같은 훌륭한 세터가 되는 것이다.

“리베로는 안 한다고 해요. 항상 코트에서 뒹구는 아빠가 불쌍하게(?) 보인 것 같아요. 그래도 같이 배구를 하니까 통하는 부분이 많죠. 아들이 힘들어할 땐 이렇게 말해 줘요. ‘무엇이든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어. 승부는 정신이 지배하는 거야’라고.”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프로배구#현대캐피탈#리베로#여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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