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팀이 메시를 보유할 순 없고, A와 똑같은 A‘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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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2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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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기성용 대체자 찾기가 아니라 팀 밸런스 구축에 방점

기성용은 은퇴를 선언했고 기성용과 똑같은 기성용을 찾을 순 없다. 벤투 감독은 그의 대체자를 뽑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밸런스를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 News1
기성용은 은퇴를 선언했고 기성용과 똑같은 기성용을 찾을 순 없다. 벤투 감독은 그의 대체자를 뽑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밸런스를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 News1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오전 경기 파주 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벤투 감독은 2019.3.11/뉴스1 © News1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오전 경기 파주 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벤투 감독은 2019.3.11/뉴스1 © News1
모든 팀들이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유할 수는 없다. 보유하고 있는 자원들로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과 전술을 고민해야하고 그것은 감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선수들에게 억지로 ‘옷(전형이나 전술)’을 강요하기 보다는 있는 자원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혀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기도 하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도 그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떠난 인물들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그들이 선택을 바꾸지는 않는 한 계속 그리워하는 것은 비생산적인 일이고 그 선수를 정확하게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은 지구상에 없는 까닭이다. A와 A‘는 분명 다르다.

벤투 감독이 11일 오전 파주 NFC에서 3월 A매치 2연전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축구대표팀은 오는 22일 오후 8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볼리비아와, 나흘 뒤인 2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갖는다.

큰 틀에서 새로운 출발선 앞에 놓인 벤투호다. 지금까지 대표팀은 신임 사령탑과의 상호 적응 그리고 아시안컵이라는 큭 대회에 비중을 높이고 운영됐다. 일단 팀의 기틀을 잡는 게 우선이었고 때문에 벤투 감독은 2018년 여름 펼쳐진 러시아 월드컵 멤버를 중심으로 이어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멤버들을 가미시킨 수준에서 팀을 운영했다.

전술적 구심점은 기성용이었으며 손흥민이 에이스였다. 그리고 구자철과 이청용 등 베테랑들이 팀 안팎에서 새로운 코칭스태프를 도왔다. 그러나 이제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0년 넘도록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했던 기성용과 구자철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것은 큰 변화다. 구심점이 사라졌고 축이 빠졌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두 선수의 대체자, 특히 기성용의 대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대체자를 찾고 싶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기에 헛된 소모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벤투 감독도 공백을 아쉬워한 것은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은 명단을 발표하던 자리에서 “은퇴한 2명의 선수(기성용, 구자철)처럼 선수로서의 경력을 마치기 전에 대표팀에서 먼저 은퇴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아직 대표팀에 충분히 도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데 왜 은퇴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해는 되지 않으나 받아들였다.

벤투 감독은 “지금은 큰 대회(아시안컵)를 마치고 새로운 과정을 준비하는 단계다. 월드컵 예선을 치르기 전에 4차례(3월, 6월 A매치 각각 2연전) 친선경기를 할 수 있다. 최대한 많은 선수를 관찰하고 테스트할 것”이라고 구상을 소개했다. 그래서 이강인이나 백승호처럼 젊은 선수들도 호출했다. 최대한 많은 선수를 보고 싶어 통상적 숫자 23명이 아닌 27명을 불렀다.

이 숫자를 보고 누군가 기성용과 구자철의 대체선수를 찾고 싶어서 인원을 늘렸냐는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아니오‘였다. 그러면서 그의 철학을 덧붙였다.

벤투 감독은 “선수를 뽑을 때 ’누가 빠졌으니 다른 누군가로 대체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선발하지 않는다. 기성용과 똑같은 (능력과 스타일의)선수는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밸런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시가 없는 데 메시가 있는 팀처럼 홀로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슈퍼스타의 존재감을 염두에 두고 전술을 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기성용이 없는 상황에서 기성용처럼 볼 간수 능력이 뛰어나고 거리에 상관없이 정확한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를 전제로 팀을 운영하면 곤란하다는 게 벤투의 마인드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빠졌으니 그들을 대신할 수 있는 제2의 기성용과 제2의 구자철을 찾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없이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겠다는 감독의 마인드는 바람직하다. 아무리 비슷해보여도 A와 A’는 다른 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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