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의식 가져라”…BWF 명예의 전당에 오른 ‘셔틀콕 천사’ 방수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일 1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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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식 선수 최초 영예…1990년대 수산티, 예자오잉과 세계 3강
“최근 대표팀 부진 아쉬워”

BW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방수현.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BW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방수현.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그의 별명은 ‘셔틀콕 천사’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47).

1990년대 세계 배드민턴 여왕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코트 밖에서는 불우이웃, 장애인을 돕는 데도 앞장섰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는 경기 직후 무릎을 꿇고 성호를 긋는 세리머니로도 유명했다.

경기 후 기도하는 방수현
경기 후 기도하는 방수현
1996년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선 뒤 그해 재미교포 의사 신헌균 씨와 결혼한 방수현은 최근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2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따르면 방수현은 5월 23일 중국 난닝에서 열리는 BWF 정기총회 만찬 행사장에서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갖는다.

BWF 명예의 전당은 배드민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선수나 임원이 입회할 수 있다. 현역 은퇴 후 5년 이상 지나야 입회 후보가 된다.

현재 미국 루이지애나 주 슈리브포트에서 살고 있는 방수현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배드민턴 선수 출신으로 큰 영광이자 기쁨이 아닐 수 없다. 헌액식에 직접 참가할 계획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1989년부터 1999년까지 배드민턴 국가대표로 활약한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은메달,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2관왕 등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당시 국제무대에서 수지 수잔티(인도네시아), 예자오잉(중국)과 여자단식 세계 3강 체제를 이뤄 치열한 경쟁 관계를 유지했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 딴 방수현
1996 애틀랜타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 딴 방수현
방수현은 “특히 수잔티는 주니어 때부터 만난 진정한 라이벌이다. 수잔티가 있었기에 올림픽 메달도 딸 수 있었다. 모든 경기가 아직도 기억 속에 맴돌지만 1996년 전영오픈 준결승에서 수산티는 2-1로 이기고 결승에서 예자오잉을 꺾었던 때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화려한 시절을 보냈기에 방수현은 최근 한국 배드민턴의 침체가 누구보다 안타깝다. 후배를 향한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제가 운동할 때 하고는 세대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운동이란 피나는 노력 없이는 목표 하는 곳에 도달하기 힘든 거 같아요. 우리 후배 선수들이 즐기면서 운동을 하면서도 강도 높은 훈련을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 의식을 갖고 노력 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제 생각입니다. 우리 운동할 때하고는 요즘 너무 많은 변화가 있어서요.”

배드민턴 시범 보이는 방수현.
배드민턴 시범 보이는 방수현.
두 남매의 엄마인 방수현의 큰 아들은 미국 텍사스주의 명문 사립학교인 베일러대학에 다니며 둘째딸은 중학생이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BWF 이사로 활동했던 방수현은 “둘째가 아직 손이 많이 간다. 동네에 배드민턴 할 만한 곳이 없어 테니스를 좀 친다”며 “둘째가 좀 더 크면 배드민턴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수현에 앞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 복식 금메달리스트 박주봉(2001년), 김문수(2002년)를 비롯해 정명희 정소영(이상 2003년), 김동문 나경민 길영아(이상 2009년), 하태권(2012년) 등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한국 단식 선수로는 방수현이 처음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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