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박정아가 털어놓은 통산 3000득점 뒷얘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2월 6일 05시 30분


도드람 2018∼2019 V리그에서 여자부 토종선수 가운데 득점부문 1위를 달리는 도로공사 박정아. 2일 현대건설과의 3라운드 1세트에서 개인통산 3000득점을 달성해 V리그 수많은 공격수 가운데 톱5에 오르는 금자탑을 쌓았다. 사진제공|KOVO
도드람 2018∼2019 V리그에서 여자부 토종선수 가운데 득점부문 1위를 달리는 도로공사 박정아. 2일 현대건설과의 3라운드 1세트에서 개인통산 3000득점을 달성해 V리그 수많은 공격수 가운데 톱5에 오르는 금자탑을 쌓았다. 사진제공|KOVO
도로공사의 박정아가 2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건설과의 3라운드 1세트에서 개인통산 3000득점을 달성했다. V리그의 수많은 공격수 가운데 통산 득점랭킹 5위다. 그보다 앞서가는 득점여왕은 현대건설 황연주(5920득점), 양효진(5240득점), 도로공사 정대영(5034득점), 인삼공사 한송이(4539득점) 뿐이다. 박정아 뒤의 현역선수는 흥국생명 김세영(2967득점), IBK기업은행 김희진(2624득점) 등이 있다. 이밖에 김민지(전 GS칼텍스·2756득점), 김연경(전 흥국생명·2637득점), 니콜(전 도로공사·2614득점)이 득점랭킹 톱10에 있지만 이들은 언제 V리그에 복귀할지 모른다.

8시즌 214경기 803세트 만에 3000득점을 달성한 박정아는 1세트가 끝난 뒤 대기록 달성 시상식을 통해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마침 도로공사는 3-0 승리를 거뒀고, 김종민 감독은 9일 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고대하던 1박2일의 짧은 휴가를 줬다. 모처럼 부산의 집으로 내려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박정아와 전화 연락이 닿았다.

● 꿀맛휴가를 보내던 박정아가 털어놓은 3000득점 대기록 뒷얘기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2라운드 후반부터 박정아는 조금 힘들어보였다.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한 이바나의 몫까지 하던 불같은 기세도 공격성공률도 떨어지는 추세였다. 모처럼 쉬는 날 그는 “밥 먹고 자고 그냥 쉬었다.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전했다.

늦었지만 통산 3000득점 기록달성의 소감을 물었다. “좋았다. 평소에는 경기 전에 특별히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데 2라운드 GS칼텍스전에서 15득점만 하면 3000득점이라고 주위에서 알려줬다”며 “공교롭게도 그날 14득점을 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현대건설전을 앞두고 기록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8시즌 전 프로배구에 뛰어들었던 당시 고교졸업반 박정아는 이런 대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꿈을 꿨을지 궁금했다.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직까지 안 아프고 안 다치고 해서 대기록까지 세웠다. 아프고 다치면 자기 손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 오늘의 박정아를 만든 고마운 사람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렇게 튼튼한 몸으로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께 우선 감사해야 할 것 같았다. 그에게 또 고마운 사람을 물었다. “같이 경기를 해준 동료 선수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기록이 나왔다. 그래서 당연히 동료 선수들과 좋은 공을 올려준 세터 언니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그동안 함께 했던 세터들 가운데 특별히 잘 맞았던 세터가 누구인지 물었다. 그는 “이효희 김사니 언니와 많이 했고 이고은 이원정과도 했다. 모두 다 스타일이 맞아서 좋았다”고 했다. 아주 모범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IBK기업은행에 입단했다가 FA선수로 도로공사에 이적한 박정아는 한국여자배구의 대표세터 2명과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그는 이들로부터 어떤 것을 배우고 함께 케미스트리를 만들었을까. “처음 IBK시절에는 이효희 언니에게서 모든 것을 배웠다. 그 때는 아무 것도 몰랐다. 배구 외적인 것도 많이 배웠다. 프로선수로서 처음이라 많은 것을 알려줬다. 김사니 언니로부터는 내가 선수로서 조금 컸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와 어리지 않은 나이에 어울리는 행동을 알려줬다. 다시 도로공사에서 만난 이효희 언니는 예전과는 달리 할 수 있는데 내가 가끔 까먹는 것을 잊지 않게 도와준다.”

한국도로공사 박정아(맨 왼쪽). 스포츠동아DB
한국도로공사 박정아(맨 왼쪽). 스포츠동아DB

● 만화 하이큐의 대사와 실제 배구와의 차이

박정아가 통산 3000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경기 전 훈련과 경기 때 수 만번의 점프가 필요했을 것이다. 배구만화 ‘하이큐’에서는 “뛰어오르면 벽 너머로 뭔가 보인다”는 대사가 나온다. 기자는 그 대목이 오래 인상에 남았다.

과연 정말로 여러 번 점프하다보면 네트 너머로 뭔가 새로운 것이 보이는지, 또 사람들은 박정아가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때부터 배구에 눈을 떴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인지 물었다. 박정아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만화는 만화일 뿐이다. 많이 때리다보면 자연히 감이 좋아진다. 많은 공격 속에서 이것저것 시도하다보면 자신감도 생긴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특별히 좋았던 것은 그때 몸 관리를 잘해서 컨디션이 좋아서였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은 참패했지만 박정아는 공격수로서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는“평소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그들과의 경기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며 “어떤 특정한 플레이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저런 선수들은 어떻게 하는구나를 배웠다”고 인정했다.

이런 박정아의 시즌 초반 공격을 보고 이숙자 KBS 해설위원은 “주저하지 않고 때린다”고 칭찬했다. 박정아는 “빨리 때려야 잘 된다. 주저하거나 생각이 많아지면 공을 끌고 내려와 때리게 된다. 공을 때리기 전이나 점프하는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이 든다”며 “어디에 때릴까 상대 블로킹이 높았을 때 어떻게 때릴 것인가 같은 생각인데 이런 생각들을 미리 정리하고 때려야 한다”고 배구를 몸이 아닌 글로만 배운 기자에게 잘 설명해줬다.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스포츠동아DB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스포츠동아DB

● 박정아의 과거와 미래

올해 25살. 선수로서 절정기를 앞둔 박정아의 기록추세로 보자면 개인통산 5000득점이나 6000득점도 머나먼 꿈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기록달성 가능성을 묻자 “먼 훗날의 일이다. 하다보면 나올 수는 있지만 그 기록을 생각하기보다는 우선 내일의 경기에 잘하자는 생각이 먼저다”며 “지금 당장 내 눈앞에 올라오는 공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너무 오글거린다. 하여튼 5000득점은 너무 먼 얘기다. 꾸준히 하다보면 될 수도 있겠지만”이라고 했다.

4개의 우승반지와 30000득점 등 벌써 많은 것을 이룬 박정아는 아직 선수로서 필요한 것들이 많다고 했다. “수비와 리시브 그리고 블로킹이다. 특히 블로킹은 높이가 장점이었는데 아직 못 살리고 있다”면서 “타이밍도 안 맞고. 서브는 이바나가 떠난 뒤로 우리 팀의 서브가 약한 것 같아서 강하게 넣으려고 한다. 준비 중인데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가끔 선수들에게 운동을 처음 시작한 계기를 물어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나왔다. 인터뷰 마지막에 박정아에게도 배구를 시작한 계기를 물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 따라서 놀러갔다가 시작했다. 키도 중간 정도로 크지 않았다. 실력도 별로였는지 6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배구를 그만뒀다가 선생님이 다시 하라고 했다. 집에서는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 배구를 계속하기를 원했다. 그때 같이 운동했던 친구 가운데 현재 배구를 하는 사람은 나 혼자다.” 문득 연예기획사 사무실에 가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스타가 됐다는 유명 연예인이 떠올랐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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