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과세의 정상화, 짐 싸는 효자 외인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2월 5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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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헥터 노에시(왼쪽)-LG 헨리 소사. 스포츠동아DB
KIA 헥터 노에시(왼쪽)-LG 헨리 소사. 스포츠동아DB
프로스포츠 외국인 선수들에게 후했던 과세 기준이 바뀌었다. 세금의 철퇴를 맞게 된 일부 장수 외인들은 일제히 KBO리그를 떠나게 됐다.

국세청은 2015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종전까지는 외국인 선수를 ‘비거주자’로 분류했지만 국내에 머무르는 기간이 연간 183일을 넘는다면 ‘국내 거주자’로 분류하는 내용이다. 비거주자는 최고 22%의 세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야하지만, 국내 거주자로 분류된다면 종합소득세를 신고해 최고 세율(44%)을 적용받는다.

말 그대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문제는 국세청이 이 점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6년부터 KBO리그에서 뛰었던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와 7년차 외인 헨리 소사(LG 트윈스)는 종전 기준대로 세금을 납부해왔다. 늘어난 금액은 고스란히 미납액으로 잡혔고, 이를 일시불로 내야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헥터의 모국인 도미니카공화국과 한국은 조세 협정을 맺지 않았다. 고국에도 세금을 내야 하니 이중과세다. 한국과 조세 협정을 맺은 미국 영주권이 있는 소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소사는 올 시즌 27경기에 등판해 9승9패,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다. 10승에는 실패했지만 탈삼진 181개, 볼넷 28개로 K/BB 6.46으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2위 타일러 윌슨(4.26)과 차이가 크다. 구위는 여전히 압도적이며 제구도 탄탄했다는 의미다.

헥터 역시 2016~2017년간 35승을 거뒀던 위력은 약해졌지만 29경기에서 11승10패 평균자책점 4.60으로 버텨줬다. K/BB 역시 3.81(5위)로 빼어났다. 시즌 중반부터 세금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가운데 이뤄낸 성적이다.

KIA와 LG는 2019시즌 외인 투수 조각을 마무리했다. 헥터와 소사의 자리는 없다. 이들이 KBO리그에 복귀한다면 그간의 세금 미납액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낸다면 선수들이 가져가는 금액은 대폭 낮아진다. 이들의 KBO리그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까운 이유다. 한 야구인은 “류현진(LA 다저스)이 퀄리파잉 오퍼를 수용해 2019년 1790만 달러(약 199억 원) 연봉을 받지만 연방세와 캘리포니아주세를 낸다면 실수령액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며 “헥터나 소사의 기량이나 조세 기준 변경의 전달 과정은 아쉽지만 과세 자체는 정상화의 과정”라고 분석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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