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본능을 보여줘”… 수문장들의 발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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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빌드업’(공격 전개)을 통해 90분 동안 경기를 지배해야 한다.”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준비 중인 대표팀이 추구해야 할 플레이 스타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빌드업은 골키퍼부터 시작해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로 이어지는 공격 전개 과정을 뜻한다.

벤투 감독은 골키퍼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후방 빌드업’을 강조한다. 골키퍼가 롱킥을 시도해 한 번에 중앙선 너머로 공을 보내는 게 아니라 수비수나 미드필더에게 짧은 패스를 시도하는 것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수비 진영에서부터 상대의 압박을 유연하게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다. 수비수 외에 골키퍼가 빌드업에 가담하면 패스를 주고받을 선택지가 늘어나 볼을 소유하고 공격을 전개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과 달리 롱킥은 정확도가 떨어져 볼을 상대에게 쉽게 내줄 수 있다.

벤투 감독은 호주에서 열리는 호주(17일), 우즈베키스탄(20일)과의 평가전에서 주전 경쟁 중인 골키퍼들의 빌드업 능력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조현우(대구)는 그동안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됐다. 하지만 아직 ‘넘버원’(주전) 골키퍼는 정해지지 않았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4차례 평가전에서는 김승규(2회), 김진현, 조현우(이상 1회)가 번갈아 선발로 나섰다.

축구 데이터 분석업체 비주얼스포츠에 따르면 빌드업 패스 성공률은 김승규가 77%로 가장 높았고 조현우와 김진현은 각각 76, 72%를 기록했다. 골킥(롱킥) 성공률은 셋 모두 50%를 넘지 못했다. 또한 이들은 평가전에서 킥 미스로 역습 기회를 허용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팀 골키퍼들이 공격 전개의 출발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패스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전 세계에서 ‘패스 축구’를 가장 잘하는 구단으로 꼽히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수문장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의 경우 이번 시즌 패스 성공률이 85.1%에 달한다.

지난달 파나마와의 평가전(2-2 무)에서 부정확한 패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조현우는 평가전 이후 빌드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소속팀에서 발 기술과 킥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훈련을 했다. 더 노력해 (주전) 경쟁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호주와 우즈베키스탄은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기 때문에 골키퍼의 빌드업 안정성이 대표팀의 경기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출국한 벤투 감독은 “이번 방문 평가전에서도 후방 빌드업 등 기존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하겠다. 아시안컵에 대비해 팀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파울루 벤투#조현우#김승규#김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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