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이 담긴 축구” 벤투호는 약속을 지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13일 05시 30분


코멘트
1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 경기에서 한국 황의조(가운데, 18번)가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 경기에서 한국 황의조(가운데, 18번)가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우리 팬들이 만족하며 자부심을 갖고 귀가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치겠다.”

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 평가전을 앞두고 ‘혼이 담긴 축구’를 약속했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우루과이는 2022카타르월드컵을 향해 먼 여정을 떠나는 대표팀에게 최고의 스파링 파트너다. 9월 수원벌에서 0-0으로 비긴 칠레보다 훨씬 강한 상대다.

강호를 만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약속한 벤투 감독은 8일부터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된 소집훈련에서 두 가지를 정성스레 준비했다.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빌드-업과 세트피스다.

태극전사들이 쏟은 눈물과 땀, 열정과 노력이 하늘에 닿았다. 후반전에 기가 막힌 그림이 완성됐다. 대표팀은 상대 위험지역에서 빠르게 전개된 빌드-업을 통해 페널티킥(PK) 파울을 유도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킥이 우루과이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우승주역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리바운드된 볼을 놓치지 않았다.

중국 슈퍼리그 차원의 외국인 선수 쿼터 문제로 출전에 어려움을 겪는 베테랑 중앙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미끄러지는 실수를 범해 동점골을 헌납했으나 갈고닦은 세트피스로 다시 앞서나갔다.

1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 경기에서 한국 정우영(왼쪽 세 번째, 5번)이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 경기에서 한국 정우영(왼쪽 세 번째, 5번)이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손흥민이 띄운 왼쪽 코너킥을 후반 교체 투입된 석현준(랭스)이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수비를 맞고 나오자 정우영(알 사드)이 밀어 넣었다. 끝까지 볼에 대한 집념을 발휘하며 결과를 쟁취했다. 벤투 감독은 앞서 “세트피스는 경기의 일부이자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는데, 제자들이 제 몫을 해냈다.

물론 득점 장면만 빛난 것은 아니다. 아낌없이 몸을 던지고 날리며 위기를 막았고,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과감히 맞서면서 상암벌을 가득 채운 6만4000명 만원관중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분위기와 내용으로 우루과이를 압도했다. 1982년 인도에서 열린 국제친선대회부터 이어진 연속 무승 기록은 36년 만에 깨졌음은 당연지사. 7차례 대결에서 1무6패에 머물다 드디어 첫 승을 신고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여운은 계속됐다. 예전에는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귀가길에 오른 팬들은 이날만큼은 절대 다수가 자리를 지켰다. 선수들이 박수를 치며 그라운드를 돌면서 인사를 건네고 퇴장하는 순간까지도 함께 축제를 즐겼다.

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포기하지 않는 태극전사들의 불굴의 의지를 직접 보고 만끽한 팬들의 표정에는 만족함이 가득했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