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달인’ 석현준, 대표팀 도전은 마지막일지 모른다

벤투 감독 호출로 2년 여 만에 A대표팀 발탁

석현준이 2년 여 만에 A대표팀에 발탁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 News1

‘석라탄(석현준+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이 오랜만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좌절한 듯 넘어졌다가도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것이 일상인 석현준 앞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실패에 굴하지 않는 게 특기이고 도전에는 일가견 있는 그이지만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해야한다. 적어도 대표팀 도전은 더 없을 공산이 적잖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2일 우루과이전과 16일 파나마전을 준비할 25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 기성용, 이재성, 장현수, 정우영 등 주축멤버들이 첫 소집에 이어 다시 부름을 받았고 베테랑 박주호와 구자철이 복귀했다. 그리고 포항의 이진현과 경남FC의 박지수가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소집됐다. 이와 함께 눈에 띄는 인물이 바로 석현준이다. 2016년 10월 월드컵 카타르전 이후 2년 여 만에 석현준이 A팀에 복귀했다.

지난 9월 A매치 때 벤투 감독은 황의조와 지동원을 원톱 자원으로 발탁했다. 이들을 번갈아 가며 코스타리카전(2-0 승)과 칠레전(0-0 무)에 활용했고 두 선수 모두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10월 평가전 때도 다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지동원이 소속팀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펼치다 부상을 입는 황당한 일을 당하면서 벤투의 구상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애초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던 김신욱(전북현대)이 0순위가 아니겠냐는 의견이 있었으나 벤투의 선택은 석현준이었다.

명단 발표 후 벤투 감독은 “지난달 소집 때 2명의 공격수(지동원-황의조)를 불렀는데 모두 전술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한 뒤 “하지만 지동원이 부상을 당해 그를 대신할 선수로 석현준을 택했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벤투는 “석현준은 과거에도 대표팀에서 생활한 만큼 이 팀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유럽, 특히 포르투갈에서도 활약한 바 있어 우리가 추구하는 팀에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석현준 입장에서는 벤투의 발언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현재 물오른 골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황의조나 부상 악재를 당한 지동원 모두 벤투의 기억 속에 나쁘지 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석현준은 그 잔상을 지워야하는 도전자다. 반면 벤투가 과거의 경험을 언급하며 무난하게 적응할 것이라 했으나 사실 과거 석현준은 대표팀에서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부담도 극복해 내야한다.

새 감독의 부임과 함께 어렵사리 다시 대표팀에서 호출을 받았다. 배수진을 쳐야한다. 단순히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다. 석현준은 1991년생이다. 이번에 뽑힌 공격진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을 내다보고 팀을 꾸리려는 벤투 입장에서 나이는 꽤 중요한 조건이다.

게다 아직 그는 군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만약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해결을 한 뒤 선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어지간한 수준의 활약에 그친다면,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석현준은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석현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스타드 드 랭스로 이적, 계속해서 프랑스 리그1에서 뛰게 됐다. 트라브존스포르(터키), 데브레첸(헝가리), 트루아(프랑스) 등 숱한 클럽을 거치며 도전을 이어온 석현준의 11번째 둥지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과 함께 유럽에서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석현준이지만 이상하게도 대표팀과는 연이 잘 맺어지지 않았다. 도전이 익숙한 석현준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어쩌면, 대표팀 도전은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