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아빠 까바르 자카르타] ‘혜택이 웬 말?’ 김우진-이우석 진검승부가 남긴 큰 울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8월 29일 05시 30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양궁대표팀 김우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양궁대표팀 김우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을 통해 가장 이슈가 된 단어는 바로 ‘병역 혜택’이다. 남자 선수들의 경우 AG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게 되는데, 이는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종목별, 선수별로 팬들의 시선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28일 자카르타 GBK 양궁장에서 열린 김우진(26·청주시청)과 이우석(21·국군체육부대)의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전은 큰 울림이 있었다.

결과는 김우진의 세트스코어 6-4 승리였다. 세트스코어 4-4로 팽팽히 맞선 채 돌입한 연장에서 김우진의 마지막 화살로 승부가 갈렸다. 둘은 나란히 첫 두발을 8점과 9점 과녁에 명중했고, 이우석의 세 번째 발은 9점이었다. 김우진의 마지막 화살이 10점 과녁을 강타했다. 그렇게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2월 입대했지만, 국가대표팀 합류로 기초군사훈련을 모두 소화하지 못해 이등병 신분인 이우석은 은메달에 머물려 예정대로 복무 일자를 채워야 한다(2019년 9월 전역 예정). 만약 금메달을 땄다면 조기전역할 수도 있었다.

● 냉정하다고? 이것이 한국 양궁이다!

김우진은 개인전 준결승을 통과한 뒤 이우석이 결승 상대로 정해지자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 이우석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대만에 패하며 은메달로 단체전을 마친 뒤에도 둘은 개인전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선수간의 맞대결로 이미 금메달 하나를 확보한 상황인데도, 화살 하나하나 긴장의 연속이었다. 더 놀란 것은 김우진과 이우석의 경기 직후 인터뷰였다. ‘한국 양궁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김우진의 말에서 찾을 수 있었다. 김우진은 “점수가 좋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이우석도 흔들렸다. 멋진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죄송스럽다”는 말부터 했다. 덧붙여 “(이우석의) 병역 문제와 같은 부분은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본인과 나의 대결이다. 외적인 일은 생각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다소 냉정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양궁은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투명하게 진행된다. ‘대표선발전이 국제대회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양궁대표팀 이우석.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양궁대표팀 이우석.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패자’ 이우석의 품격

이우석은 누구보다 아쉬움이 클 법했다. 그러나 아쉬운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많이 아쉽지만, 내가 부족해서 졌다”며 “요즘 병역 혜택에 대한 말이 많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런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우승을 하든 축하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은 복무기간을 채우며 한 단계 더 발전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결과가 아쉽지만, 내가 이룬 것이니 받아들여야 한다. 군 생활도 열심히 하겠다. 어차피 한국 남자라면 모두 다녀와야 하는 곳”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곧이어 21세 청년의 패기가 느껴지는 한마디로 좌중을 폭소케 했다. “군대 나쁘지 않아요. 군대는 나쁜 곳이 아닙니다.” 김우진이 “향후 한국 양궁의 주역”이라고 극찬한 이우석의 강철 멘탈을 엿볼 수 있는 한마디였다. 대표 멘탈스포츠인 양궁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물다웠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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