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실업팀 투수에 쩔쩔… 야구도 가시밭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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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첫 경기 1-2 충격의 패배… 낯선 투구 폼에 찬스마다 헛스윙
1회 맞은 2점포 끝내 극복 못해… 3대회 연속 金 목표 불안한 출발

“실력으로는 한국이 질 수 없다. 다만 대만을 만나면 이상하리만치 경기가 꼬이곤 했던 게 마음에 걸린다.” 26일 한국과 대만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야구 예선 B조 1차전이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불안한 예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KBO리그 최고의 선수들로 ‘드림팀’을 꾸린 한국 야구 대표팀이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대만에 졸전 끝에 1-2로 패했다. 한국의 3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당초 예선 3경기를 모두 이겨 B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슈퍼라운드는 A, B조 1, 2위가 서로 한 번씩 맞붙어 순위를 가린다. 만약 슈퍼라운드에서 동률이 나올 경우 예선전 성적을 더해 순위를 정하기 때문에 예선전 성적도 중요하다.

대만은 대만프로야구연맹(CPBL)과 아마 야구를 관장하는 대만야구협회(CTBA)의 갈등 속에 24명 최종 엔트리 가운데 7명만 프로를 선발했다. 나머지는 실업 야구 선수들로 채웠다. KBO리그의 왼손 투수 왕웨이중(NC)도 대회 직전 부상으로 이탈해 전력은 역대 최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대만은 도깨비 같은 야구를 했고, 한국은 수렁에 빠졌다. 1회초 수비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한국 선발 투수 양현종(KIA)은 2사후 장젠민에게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았다. 2루타성 타구였지만 좌익수 김현수가 이 공을 뒤로 흘리면서 장젠민은 3루에 안착했다. 기록상은 3루타였지만 명백한 실책이었다.

양현종은 2사 3루 위기에서 4번 타자 린자유를 상대로 무난히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성급히 승부에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양현종의 3구는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몰렸고, 린자유는 이 공을 좌중간을 넘어가는 선제 2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믿었던 타선은 대만의 변칙 투수 기용에 농락당했다. 대만 언론들은 당초 한국전 선발로 프로에서 뛰는 오른손 투수 린화칭을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선발 등판한 것은 실업팀(합작금고)의 사이드암 투수 우성펑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낯선 투구 폼의 우성펑에게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0km도 채 나오지 않는 우성펑을 상대로 3회까지 안타를 친 선수는 안치홍(KIA)이 유일했다. 4회 선두 타자로 나선 김재환(두산)이 우성펑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쳐 1점을 따라갔으나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았다. 우성펑은 이날 5이닝 4안타 1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한국 타선은 왕쭝하오와 왕정하오 등 구원 투수들을 상대로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대회 전 한 대만 언론은 양국 선수들의 연봉을 비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대만 선수 24명의 연봉 합계(2630만 대만달러·약 9억6000만 원)가 양현종(23억 원) 한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대표팀에는 박병호와 손아섭(이상 15억 원), 김현수(14억 원) 등 대만 팀 전체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꽤 된다. 한국은 27일 오후 8시 30분 인도네시아와 예선 2차전을 치른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시아경기#야구대표팀#대만 실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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